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재임 시절인 2019년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이름이 오르내리자 “‘언젠가 검찰총장을 할 테니 너무 서두르지 말고 이번에는 다른 분이 하면 좋겠다’고 본인에게 양해를 구했다”며 반대했다고 말했다.
문 전 총장은 8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 정하상관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법률가의 역할’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 전 총장은 ‘후임 검찰총장으로 윤 전 대통령이 오는 데 반대하셨다고 안다’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질문에 “반대했다기보단 시기적으로 안 맞다고 여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부든 첫 총장은 전 정부를 사정하게 돼 있다. 그러다 보면 조직이 많이 망가진다”며 “두 번째 총장은 조직을 추슬러야 한다. 다음 세 번째는 대통령 힘이 빠지는 시기니 그 정부 비리가 쏟아진다. 세 번째 총장은 그걸 (수사를) 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세 번째가 맞겠다고 여겼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대해서도 “법률가는 법리로 말하는데 법리상 너무 명백했다”며 “법률가는 어떤 평가를 할 때 선악이 느껴지게 하는 표현을 하면 안 된다. 이번 결정문에 그런 평가가 절제된 것을 보고 후배들과 사회 구성원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문 전 총장은 검찰개혁에 대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문 전 총장은 “검찰이 기소 후 법원의 통제를 받듯 경찰의 수사 또한 통제받아야 한다”며 “수사는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행위인 만큼 제대로 된 통제가 중요하다”고 했다.
공수처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문 전 총장은 “(공수처가) 수사를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아무나 수사관 자리에 앉혀 놓으면 수사가 되고, 죄 지은 사람 앉혀 놓으면 술술 진술하고 그럴 거라고 생각한 듯하다”고 했다.
앞서 문 전 총장은 재임 시절 문재인 정권의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 “엉뚱한 부분에 손을 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행사 사회를 맡은 박 전 장관은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니) 검찰이 다 반대할 것 아닌가”라며 “근데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문의하니 ‘솔직히 관심 없다. 검찰총장과 저는 생각이 다르다’고 해 소스라치게 놀랐다”고도 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이었던 박 전 장관은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에서 검찰총장 의견에 반하는 이야기를 그것도, 국회 사개특위 위원장에게 했다”며 “이분을 굉장히 개혁적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유행하는 ‘폭삭 속았수다’의 한 테마가 될 수 있겠다”고 했다.
이날 특강은 서강대 ‘생각의 창’ 주최로 열렸다. ‘생각의 창’은 서강대 기획처장 김상용 교수와 박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서강멘토링센터의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