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이 만취한 틈을 타 택시에 토를 한 것처럼 꾸며 폭행당했다며 합의금을 뜯어낸 택시 기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는 160명에 달하고 피해액도 1억5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10일 상습공갈 혐의로 택시 기사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만취 승객을 선별해 택시에 태운 후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미리 조제한 ‘가짜 토사물’을 택시 안과 자신의 얼굴에 뿌리고 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토사물은 A씨가 마트에서 죽, 콜라, 커피 등을 구입 후 섞어 만든 것으로 실제 구토물처럼 보이게끔 위장한 혼합물이었다.
A씨는 만취해 잠든 승객을 깨운 후 “운전 중 폭행을 당했다”며 “운전자 폭행으로 처벌받으면 1000만원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고 협박했다. 그는 형사 합의금·세차 비용·파손된 안경 구입비 등 명목으로 적게는 30만원부터 많게는 600만원의 합의금을 받았다.
A씨는 피해자들이 명확한 상황 인지를 할 수 없는 점을 노려 차량에 블랙박스를 설치하지 않은 채 범행을 반복해왔다.
경찰은 입금 계좌·카드 내역 등을 분석해 A씨가 이 같은 수법으로 160여 명으로부터 총 1억5000여 만원을 받은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약 1년간 서울·경기·충청 일대에서 승객에게 합의금을 뜯어낸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범행은 최근 한 승객이 운전자 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 승객은 ‘만취해도 절대 토하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찰은 이후 만취한 것처럼 A씨의 택시에 탑승한 뒤 범행 장면을 채증하고 현장에서 그를 검거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 1일 상습 공갈 혐의로 택시 기사 A씨를 구속했으며 해당 사건을 서울북부지검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동일 수법으로 국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