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제315기 신임 경찰 졸업식’에서 임용장을 받은 신은정(27) 순경은 육상 선수 출신이다. 걸음마 때부터 남들보다 빨랐고, 육상부가 있는 중학교로 진학했다. 달리기는 적성에 맞고 소질도 있었다. 2013년 전국소년체전에서는 400m, 1600m 계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런데 가장 화려했던 순간 부상이 찾아왔다. 한번 삐끗한 고관절이 훈련 때마다 아팠다. 그는 “육상으로 밥을 벌어먹고 살기 어렵게 됐다고 생각하니 앞이 깜깜했다”고 했다.
신 순경은 선수 꿈을 접고 책을 폈다. 제복을 입는 직업 중에서도 범죄를 막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 서울 노량진 고시촌으로 갔다. 타고난 체력 덕에 실기 시험도 무난하게 통과했다. 신 순경은 중앙경찰학교에서 9개월간 실무 교육 훈련을 최근 끝냈다. 형사로 현장에서 뛰고 싶다는 신 순경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지금도 100m를 12초대에 뛸 수 있다. 범죄자들은 놓치지 않고 반드시 잡겠다”고 했다.
신 순경과 졸업 동기인 박세라(39) 경장은 네 자매 엄마다. 초등학교 5학년생인 맏이(11)부터 막내(4)까지 넷 다 줄줄이 딸이다. 광주광역시의 한 정신건강 복지센터에서 8년을, 광주경찰청 여성청소년계에서 임기제 공무원으로 4년을 근무했다. 지난해 경찰이 ‘피해자 심리’ 전공 경찰을 따로 뽑자 12년간 심리 상담을 해온 박 경장이 지원해 붙었다. 박 경장 남편은 교도관으로 일하고 있다. 박 경장은 “경찰 임용 소식을 딸들에게 전하니 셋째 딸(8)이 ‘엄마 도둑 많이 잡아줘’라고 말하더라”라며 “범인 잡는 경찰은 아니지만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딸들에게도 존경받는 엄마가 되겠다”고 했다.
이날 두 사람을 포함해 일반 공채·101경비단·경력 공채 등 졸업생 2354명이 임용장을 받고 경찰관으로서 첫발을 뗐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축사에서 “단 한 건의 신고라도 소홀히 하지 말고 사회적 약자 목소리에 더 따뜻하게 응답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