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택시 기사 부부가 남다른 기지로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경찰에 신고해 3억원 상당의 피해를 막았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원 검거에 기여한 A씨 부부에게 감사장과 신고 보상금을 전달했다고 15일 밝혔다. 경기 화성 일대에서 각자 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는 A씨 부부는 수상한 행동을 하는 한 손님을 연달아 태우면서 검거에 일조할 수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오후 1시 50분쯤 남편 A씨는 한 남성 승객을 태웠다. 이 남성은 5분도 안 되는 짧은 거리를 이동한 뒤 하차했고, 이후 콜을 불러 또 다른 택시로 옮겨 탔다. 마침 이 승객이 탑승한 건 아내 B씨가 모는 택시였다.
남편은 곧바로 아내에게 전화해 승객의 인상착의를 알리며 수상하다고 전했다. B씨가 승객을 미심쩍어하던 중, 이 승객은 목적지를 경기도 광명에서 갑자기 서울 강동구로 바꾸고 초조한 듯이 도착 시간을 반복해서 묻기도 했다.
이에 B씨는 남편에게 112 신고를 요청했다. 이후 B씨는 남편과 연락을 이어가며 실시간으로 택시 위치와 경로를 공유했고, 부부의 기지로 경찰은 서울 강동구에서 60대 승객 C씨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C씨는 정부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거책 역할로, 당시 피해자로부터 수표 3억8000만원을 건네받고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C씨를 체포하고 압수한 수표는 피해자에게 돌려줬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을 추적하며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병주 서울강동경찰서장은 “부부의 기지로 고액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며 “위험을 감수하고 신고에 나서 준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