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시 종로구 독립문역 주변의 한 아파트 고층에 옷으로 엮은 줄이 걸려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고층아파트에서 베란다에 나갔다가 문이 잠기는 바람에 고립된 독거노인이 순찰 중이던 경찰관 손에 무사히 구조됐다.

종로경찰서는 교남파출소 소속 유재일 경사와 김두태 경장이 지난 12일 오전 10시쯤 종로구 독립문역 주변을 순찰하던 중 인근 아파트 베란다에 갇힌 70대 할머니를 구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할머니는 11일 오후 4시쯤 화분에 물을 주러 베란다에 나갔다가 베란다 출입문이 잠기면서 약 18시간 동안 꼼짝없이 갇히게 됐다. 집이 고층인 데다 인근 도로의 차량 통행 소리에 묻혀 할머니의 구조 요청은 들리지 않았고, 이튿날 새벽에는 눈까지 내려 자칫 저체온증으로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지쳐가던 할머니는 궁여지책으로 옷가지를 엮어 기다란 줄을 만들어 베란다 밖으로 던졌다. 할머니의 필사적인 ‘구조 신호’는 다행히도 순찰 중이던 유 경사와 김 경장의 눈에 띄었다.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직감한 두 사람은 할머니의 집 위층 베란다로 올라가 추위와 공포에 떨던 할머니의 상태를 확인했다. 곧바로 현관문 비밀번호를 파악해 무사히 할머니를 밖으로 빼냈다.

경찰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구조 신호를 놓치지 않고 신속하게 판단해 생명을 구조한 것이 큰 의미가 있다”며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과 경찰의 세심한 순찰이 얼마나 중요한지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