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운행 중인 케이블카는 총 40개. 케이블카 수가 늘어나면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전남 목포의 목포해상케이블카(왼쪽 사진)는 지난해 25억6000만원 흑자를 냈지만 경남 하동의 하동케이블카(오른쪽)는 11억6000만원 적자를 냈다./목포시·하동군

최근 제주도에서 ‘한라산 케이블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8일 제주도의회가 제주도에 케이블카 설치를 제안하면서다. 2016년 1585만명이던 관광객이 지난해 1376만명까지 줄어들자 내놓은 타개책이다. 한라산 서쪽의 영실계곡과 백록담 근처 윗세오름을 연결하는 노선 등이 거론된다. 도의회는 올 상반기 중 주민 설문 조사도 할 계획이다.

당장 오영훈 제주지사가 반대 입장을 내고 나섰다. 그는 “케이블카를 짓느라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이 훼손되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이 취소될 수 있다”고 했다.

전국이 케이블카로 들썩이고 있다. 현재 전국 40곳에서 운영 중인데 추가로 추진 중인 케이블카가 20곳이 넘는다. 사업지마다 찬반 갈등으로 시끄럽다.

서울시는 작년 9월 ‘남산 곤돌라’ 착공식을 열었으나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근처에서 ‘남산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한국삭도공업과 환경 단체 등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남산 케이블카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예상된다는 이유였다. 양측은 법원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선 “서울시가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개통 시기가 2026년에서 2028년 이후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남산 곤돌라는 지하철 명동역과 남산 정상을 연결한다. 케이블카와 비슷하지만 캐빈의 크기가 작고 속도가 더 빠르다.

현재 남산에는 산 중턱과 정상을 오가는 케이블카가 1962년부터 운행 중이다. 지하철역과 먼 데다 주차 공간도 좁아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정한 개인이 60년 이상 케이블카를 독점 운영한다는 논란도 있다.

강원 양양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는 작년 6월 착공했지만 환경 단체 등이 여전히 양양군청 등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오색 케이블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강원 지역 1호 대선 공약이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해 “도내 6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관령, 울산바위, 치악산 등에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시설을 활용해 만든 강원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최근까지도 존치와 철거를 두고 지자체와 환경 단체 등이 갈등하다가 지난달 계속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해발 1300m를 오르내린다. 2023년부터 작년까지 정선 인구의 10배인 40만명이 탔다.

전문가들은 “케이블카 하나로 지역이 활성화되는 건 20년 전 얘기”라며 “연계 관광지나 교통망을 갖추지 않으면 세금 낭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케이블카만 놓으면 관광이 살아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2021년 개통한 전남 해남·진도 명량 해상 케이블카는 작년에 23억9000만원 적자를 냈다. 개통 당시 연간 100만명이 탈 것이라 예측했지만 탑승객이 매년 20만명도 안 된다. 2022년 개통한 경남 하동군 하동 케이블카는 3년간 누적 적자가 38억원에 달한다. 두 곳 모두 주변에 묶어서 둘러볼 관광지가 부족하고 교통도 불편하다.

전국 곳곳에 케이블카가 생기면서 잘나가던 케이블카도 손님이 줄어들고 있다. 2008년 개통한 경남 통영 케이블카는 2017년 140만명이었던 탑승객이 2023년 42만명으로 줄었다. 개통 초기 한 해 200만명이 몰렸던 여수 해상 케이블카는 2023년 120만명이 탔다.

김영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초기엔 경쟁자가 없었지만 이제는 케이블카뿐 아니라 출렁다리, 모노레일, 전망대 등이 전국에 넘친다”며 “지역에 맞는 관광 자원을 발굴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