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나 90대 여성이 고립되자 경찰이 화염 속에 뛰어들어 구해낸 사실이 알려졌다.
18일 전남 보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2시쯤 보성군 보성읍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보성읍파출소는 소방 공동 대응 요청에 따라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소방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한 박유민 경위 등 경찰관 6명은 불길이 빠르게 집 전체로 번지는 것을 확인했다.
주변을 통제하던 박 경위 등은 집 근처 언덕으로 대피한 가족들로부터 “어머니가 안에 있다”는 안타까운 울부짖음을 들었다. 한 달 전 다리 수술을 받아 거동하지 못하는 95세 할머니를 화염과 연기 탓에 데리고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 경위는 곧바로 외근 점퍼에 물을 적셔 얼굴을 감싼 뒤 불길이 솟아오르는 문을 부수고 집안으로 뛰어들었다.
연기로 꽉 찬 방안에는 의식이 희미한 할머니가 고립돼 누워있었다. 박 경위는 할머니를 들어 안고 별다른 부상 없이 집 밖으로 탈출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에는 박 경위가 점퍼를 뒤집어쓰고 불이 난 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할머니를 안고 뛰어나오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가 얼굴을 감쌌던 점퍼는 화마 속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누더기로 변했다.
할머니의 가족은 “들어갈 엄두를 못 내고 있던 불길 속으로 경찰관이 두말없이 뛰어들어 구해냈다”며 “은혜를 잊지 않고 갚겠다”고 했다.
생명에 별다른 지장이 없는 할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져 안정을 취하고 있으며, 박 경위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연기를 많이 마셔 휴가를 내고 쉬는 중이다.
박성동 파출소장은 “박 경위는 평소에도 소명 의식이 강해, 힘든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할머니를 안전히 구조할 수 있었다”며 “사고를 예방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경찰로 더욱 철저히 근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