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 상가 화장실에서 일면식 없는 여성을 성폭행하려던 20대 현역 군인이 범행 직후 가족과의 대화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면 된다’고 말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대전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박우근)는 17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및 특수방실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사건 직후 A씨와 함께 병원에 동행했던 경찰관 B씨의 증인 신문 절차가 진행됐다.
B씨는 “당시 A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도주·자해 방지를 위해 병원에 동행했다. 봉합 수술이 끝난 뒤 A씨는 부친을 병실 밖으로 나가라고 한 뒤 모친과 대화했다”며 “첫마디가 ‘외삼촌과 외할아버지 돈도 많은데 도와줄 사람 없냐’ ‘심신 미약을 주장하면 된다’는 취지의 말이었다”고 했다.
이어 “모친이 ‘심신미약 판정을 받은 것이 있었냐’고 묻자 A씨는 ‘군대에서 그린캠프를 다녀왔다’고 대답했다”며 “병실 내부에서 A씨와 모친이 대화하는 걸 직접 들었고 이를 수사보고서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에 A씨 측 변호인은 “A씨는 정신적 혼란 상태였고 경찰이 개인적 판단으로 사적 대화를 보고서로 작성한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또 A씨가 장기간 은둔 생활을 하던 중 범죄 관련 영화를 다수 접한 영향으로 ‘심신미약’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확한 판단을 위해 정신감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씨의 정신감정이 불필요하다고 밝혔으나 재판부는 A씨 측 요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에 A씨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할 방침이다. 피해자인 20대 여성 C씨를 상대로 한 진술 절차도 함께 한다.
앞서 A씨는 지난 1월 8일 오후 3시 30분쯤 대전 중구의 한 상가 여자 화장실에서 C씨를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을 시도하고, 이 과정에서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피를 흘린 채 살려달라고 말하는 C씨를 위협하며 “마지막으로 성관계를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사건 직후 응급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A씨는 범행 후 인근 아파트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의해 긴급 체포됐다. 조사 결과 휴가를 나왔던 A씨는 C씨와 일면식 없는 사이였고, 화장실에 들어가던 C씨를 따라가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