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8시 17분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불이 났을 당시 큰 폭발음이 들렸다며 “폭탄이 떨어진 줄 알았다” “드라이버질 하는 것처럼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이날 본지와 만난 이 아파트 109동 주민 A씨는 “오전 8시쯤 드라이버질 하는 것처럼 ‘드르륵드르륵’ 소리가 났다. 그래서 아침부터 누가 뭘 설치하나 보다 했다. 그런데 바로 불이 나서 놀랐다”고 했다. 주민 B씨는 “마치 폭탄이 터지는 것 같았다. 보일러실이 터진 줄 알았다”고 했다.
화재 발생 건물 옆동에 사는 C씨는 “경기 안산에 갔다가 오전 6시쯤 집에 와서 누워서 TV를 보면서 잠들었는데, 별안간 ‘뻥’ 하는 소리가 나 깼다. 놀라서 베란다 밖으로 내다보니까 불이 나고 시커먼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고 했다. 같은 단지 주민 D씨는 “밖에서 ‘빵’ 하고 터지는 소리가 나서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어 확인했다. 4층에 사는 할머니가 불을 피해 베란다 밖으로 나와 외벽에 있던 줄 같은 걸 붙잡고 매달려 버티고 있다가 떨어졌다”고 했다.
아파트 주민 60대 남성 이모씨는 “아침밥을 먹는데 오전 8시 20분쯤 갑자기 밖에서 ‘뻥’ 하는 소리가 났다”며 “확인해보니 4층 쪽에 불이 났는데, 사람이 있길래 ‘밖으로 뛰어내리시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거기 사는 할머니가 안테나 선을 잡고 타고 내려왔다. 줄 잡고 잘 내려오다가 팔힘이 빠졌는지 지상에서 1m쯤 위에서 떨어졌다”고 했다.
경찰은 불을 낸 유력 용의자를 특정해 추적 중이다. 용의자는 농약살포기 모양의 토치로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사람 팔뚝 크기의 토치가 발견됐다. 경찰은 또 이 화재 직전, 인근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신고가 접수된 것과 관련해 동일범 여부도 수사 중에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