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30년 넘게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 대해 검찰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2일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최정인) 심리로 열린 이모(34)씨의 존속살해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아버지로부터 30년 이상 폭력과 폭언에 시달리다 사건 당시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자백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 사건은 극악무도한 존속 살해로 가족 공동체의 윤리와 질서를 무너뜨린 중대한 범죄”라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이날 최후 진술에서 “30년이 넘는 기간 어머니와 저를 향한 아버지의 폭력과 폭언을 견뎌왔다”며 “성인이 된 이후 암 환자인 어머니를 남겨두고 혼자 독립할 수 없어 견디며 살았지만 순간 화를 참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어머니를 보호하고자 한 것이다.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반성하고 있다”며 “사랑하는 어머니의 아들로 돌아갈 기회를 준다면 사회 구성원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씨 변호인은 “사건 당일도 망인의 폭언으로 갈등이 시작, 피고인은 이를 제지하려는 마음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을 고려해달라”며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큰 잘못인지 깨닫고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본 사건 이전에 어떤 전과도 없던 점, 피고인의 가족과 친구, 선생님 등 주변인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어머니를 부양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진 점 등을 고려해 선처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씨는 작년 10월 27일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한 다세대 주택에서 어머니에게 술값을 달라며 폭언하는 70대 아버지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씨는 범행 5일 뒤 어머니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후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2017년과 2021년 이 가정에서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의 선고 기일은 다음 달 12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