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내한한 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 공연장에서 때아닌 한일전이 벌어지고 있다. 콜드플레이가 월드투어에서 재사용하는 LED 팔찌 ‘자이로밴드’의 회수율 기록 경쟁인데, 한국은 일본을 꺾고 회수율 1위를 기록 중이다.
24일 공연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콘서트장 전광판을 통해 공개된 ‘팔찌 재활용 리더보드’에서 서울의 팔찌 회수율이 99%로 나타나 일본 도쿄(97%)를 꺾고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6일부터 오는 25일까지 6회에 걸쳐 내한 콘서트를 열고 있는 콜드플레이는 월드투어 공연에서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야광봉 대신 친환경 재질로 만든 ‘자이로밴드’를 관객들에게 나눠준 뒤 공연이 끝나면 회수해 다음 공연 때 재사용한다.
원격 제어 신호로 무대마다 색이 바뀌는 자이로밴드는 객석까지 아름답게 연출해 콜드플레이 공연만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주최 측은 매 공연마다 월드투어 도시별 자이로밴드 회수율을 콘서트장에 띄우는데, 이는 국민 의식 함양을 자극하고 도시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평이 나온다.
지금까지 공개된 ‘팔찌 재활용 리더보드’에 따르면 서울 공연 전까지 가장 높은 회수율을 보인 도시는 일본 도쿄와 핀란드 헬싱키로 97% 회수율을 보였다. 덴마크 코펜하겐(96%), 홍콩(9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앞서 고양에서 첫 콘서트가 열린 지난 16일 팔찌 회수율은 96%로 나타났다. 그러자 팬들은 소셜미디어(SNS)에서 “일본에는 질 수 없다” “한일전 시작이다” “저 스코어를 보고도 반납 안 하면 한국인 아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반납을 독려했다.
이후 18일 콘서트에서 팔찌 회수율은 98%를 기록하며 서울이 1위에 올랐고, 19일 공연에서도 99%의 높은 회수율을 보이며 1위 자리를 유지 중이다.
이렇듯 손목 밴드 회수율이 국가 간 경쟁으로 이어지다 보니, 일각에서는 일부러 다른 나라의 회수율을 낮추려는 시도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한 중국인 인플루언서는 콜드플레이 서울 공연을 방문했다며 “우린 팔찌를 반환했지만 한국에 가는 사람들은 절대 돌려주지 말라”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해 논란을 빚었다. 영상을 본 일부 중국 네티즌도 “한국을 회수율 꼴찌로 만들자” “서울 콘서트에서 팔찌 박스를 들고 도망가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이에 호응했다.
이후 이 인플루언서는 영상을 삭제하고 “그저 장난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을 조롱한 행위다” “의도적으로 한국을 깎아내리려는 저급한 행동”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콜드플레이는 평소에도 환경 보호를 위한 행동에 앞장서고 있다.
2019년에는 환경 오염 우려로 월드투어를 잠정 중단했으며, 2021년부터는 탄소 배출량을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투어를 재개했다.
이후 태양광 패널 설치, 지속가능 항공 연료(SAF) 사용, 생분해성 종이 꽃가루 사용 등 친환경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또 티켓이 한 장 판매될 때마다 나무를 한 그루 심어, 투어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상쇄하고 있다. 그 결과 2022~2023년 공연에서 발생한 탄소가 2016~2017년 투어 대비 59%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