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 박건욱)는 무속인 ‘건진 법사’ 전성배(65)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위한 ‘선물용’이라면서 6000만원대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수수해 전달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김 여사와 친분을 과시하면서 공천·인사 청탁 등에 관여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전씨는 지난 20일 검찰 조사에서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목걸이가 김 여사에게 실제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인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초고가 목걸이’의 행방에 따라 김 여사 소환 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작년 말 전씨가 사용했던 이른바 ‘법사폰’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통일교(현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2인자’로 불리던 윤모 전 본부장이 ‘김 여사 선물’이라며 초고가 목걸이를 전씨에게 전달한 정황을 포착했다. 앞서 김 여사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취임 첫 해외 순방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당시 6000만원대 목걸이를 착용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반클리프 앤 아펠’(Van Cleef & Arpels)의 목걸이 ‘스노 플레이크(눈송이) 팬던트’로, 다이아몬드 71개(3.04캐럿)로 눈꽃 결정 모양을 형상화했다. 2022년 당시 가격은 6200만원이었지만 현재는 8300만원으로 3년 새 2100만원 올랐다. 그런데 이 목걸이가 재산 신고 목록에 없어 정치권에선 ‘재산 누락 논란’이 불거졌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 취임식(2022년 5월), 영화인 만찬(2022년 6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부부 초청 공식 만찬(2022년 7월) 때 반클리프 앤 아펠 팔찌를 착용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지인에게 빌린 것”이라고 했다. 이후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선물할 테니, 빌리지 마시라”고 했고, 이후 실제로 전씨에게 비슷한 가격대의 명품 목걸이를 건넨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목걸이를 건넨 윤 전 본부장도, 목걸이를 받은 전씨도 이는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목걸이를 돌려달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약속과 달리 김 여사에게 목걸이가 전달되지 않았다고 의심한 것이다. 이에 전씨는 윤 전 본부장에게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 했고, 같은 내용을 검찰에서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작년 12월 전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 수색했을 때도 목걸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목걸이가 김 여사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윤 전 본부장과 전씨 등이) 명품을 주고받은 것이 윤 전 대통령이나 김 여사와의 만남을 주선받거나 사업 특혜를 받기 위한 목적이 확인될 경우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수 있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양쪽 모두 말을 맞췄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본지에 “명품 목걸이를 (전씨로부터)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검찰은 윤 전 본부장이 윤석열 정부에서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수주받기 위해 전씨에게 접근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3월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동안 대화하면서 재정 확보가 중요한데, (윤 대통령으로부터) ODA 추진에 대한 ‘암묵적 동의’를 구했다”고 그해 5월 통일교 창립 기념 행사에서 밝혔다. 이 직후인 그해 6월 기획재정부는 제4차 한·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 사업 통합 정책협의에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 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했다. 한도액이 늘면 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사업 수주가 수월해진다.
검찰은 작년 12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전씨 집에서 압수한 5000만원 ‘뭉칫돈’의 출처도 추적하고 있다. 당시 검찰은 현금 5만원권 묶음 3300매(총 1억6500만원)를 압수했다. 이 중 5000만원어치 사용권은 ‘한국은행’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 있었다. 시중에서 볼 수 없는 형태의 뭉칫돈이다. 전씨는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씨의 ‘법사폰’을 통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전씨가 김건희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씨와 10차례 통화한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과거 김 여사가 운영하던 전시 기획 업체 ‘코바나컨텐츠’에서 고문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