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9월 1일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수업에 앞서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하고 있다. 당시 교육부가 ‘교원의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시행하면서 학생이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했으나 휴대전화 수거가 ‘인권 침해’ 아니냐는 논란은 계속됐다./뉴스1

고등학교에서 등교 시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하는 조치가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 근거가 담긴 결정문이 28일 나왔다. 인권위는 2014년 11월 학생 휴대전화 수거가 인권침해라고 봤는데 10년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번 결정은 작년 10월 전원위원회에서 의결된 사안이다. 반년 간의 결정문 작성 과정을 거쳐 이날 공지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의결 이후 결정문이 당사자에게 발송되는 순간 진정의 효력이 발생한다”며 “결정문은 앞으로 유사한 진정 사건 등의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2014년 학교의 휴대전화 수거를 인권 침해라고 결정한 후 10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학생 휴대전화 사용과 관련해 사이버 폭력, 성 착취물 노출, 도박 등 새로운 사회 문제가 발생했다”며 “더 이상 학교의 휴대전화 수거를 학생 인권 침해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인권위는 해당 학교가 학생·학부모·교사 의견을 설문조사로 수렴해 학생생활규정을 개정했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최대한 보장하는 점을 강조했다. “수업 시간 외 사용을 허용함으로써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결정문은 해외 사례도 인용했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학교 내 학생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하거나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인권위는 “우리나라 청소년 휴대전화 보유율 99.4%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학교가 휴대전화 소지와 사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2023년 3월 전남의 한 고교생이 “쉬는 시간·점심시간에도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건 인권침해”라며 제기한 진정에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전원위원 10명 중 8명이 진정을 기각했고, 2명이 인용 의견을 냈다.

소수 의견에서는 “학교가 학생의 의사에 반해 일괄적으로 휴대전화를 수거하거나 과도하게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기존 결정례를 변경하는 데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