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T월드 매장에 '유심 재고 없음' '익일 50개 입고 선착순' 이라는 문구가 게시되어 있다. /뉴시스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유심 무상 교체를 시작한 가운데, 교체를 원하는 가입자가 몰려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원활한 유심 교체를 위해 택배 발송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김현·김우영·노종면·박민규·이정헌·이훈기·정동영·조인철·한민수·황정아·이해민 등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각 가정에 유심 카드를 직접 택배로 신속히 발송하고 방문이 어려운 고객도 빠짐없이 교체받을 수 있도록 ‘찾아가는 교체·택배 교체’ 체계를 즉각 가동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유심 재고를 조속히 확보하고, 이심(eSIM, 내장형 유심) 전환 비용도 이미 전액 부담하겠다고 한 만큼 실제로 모든 이용자가 신속하게 전환받을 수 있도록 차질 없는 지원을 즉시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구독자 270만명을 보유한 IT 유튜버 ‘잇섭(ITSub)’도 “유심 교체마저 매끄럽지 않다”며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잇섭은 “장년, 노년층 같은 디지털 취약 계층이 유심 보호 서비스에 직접 가입해야 되고 유심 교체받는 것도 생각보다 너무 힘들 거 같은데, 이런 분들을 위해 방문 서비스나 유심 택배 서비스를 하지 않는 게 아쉬운 부분”이라며 “심지어 서버가 털린 것은 SKT의 서버다. 근데 SKT를 이용하는 고객이 유심 보호 서비스도 직접 신청해야 되고 불편하게 대리점까지 가서 유심 교체를 해야 된다. 2023년에 LG유플러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이때는 고객이 원하면 택배로도 해줬다”고 했다.

실제로 앞서 일부 가입자 정보 유출 사고를 당했던 LG유플러스는 2023년 알뜰폰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택배 방식을 병행했다.

다만 피해 고객 특정이 가능해 교체 대상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LG유플러스와 달리 SKT는 전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를 진행하는 만큼 택배 신청 시스템을 마련하고, 발송 물량까지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T 관계자는 “유심 교체 신청이 몰리면서 물량이 부족해 택배로 보낼 만큼 여력은 없는 상황이어서 현재로서는 택배로 보내기는 어렵다”고 했다.

SKT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유심 재고 부족, 로밍 이용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네트워크인프라센터 등 개발 역량을 총동원해 유심 소프트웨어 변경(유심 포맷) 방식을 개발 중”이라며 다음 달 중순쯤 ‘유심 포맷’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SKT는 물리적 유심 교체를 해결하는 방안 중 하나가 유심 소프트웨어를 변경하는 ‘유심 포맷’이라며 소프트웨어 변경에 의한 포맷 작업이 교체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심 포맷 역시 이용자가 매장을 방문해 유심 변경과 관련한 시스템 매칭 작업을 거쳐야 한다.

SKT는 지난 18일 해킹으로 인해 유심 관련 일부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 이에 따른 가입자의 우려가 커지자 SKT는 유심 보호 서비스를 대책으로 내놓은 데 이어 28일부터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를 시작했다. 28일 이전에 유심을 자비로 교체한 고객에 대해서는 추후 유심 비용을 환급해줄 계획이다.

유심 교체 대상자는 SKT 가입자 2300만명과 이 회사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 187만명까지 총 2500만명이다.

SKT는 27일 약 100만 개의 유심을 보유하고 있고 다음 달 말까지 약 500만 개의 유심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상 교체를 시작한 28일 하루 동안 총 23만 명이 유심 교체를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입자 규모가 큰 만큼, 교체를 원하는 모든 이용자가 교체를 완료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