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제 친구가 몇 달 전에 산 명품 패딩을 온라인 중고 마켓에 판다고 해요. 그 패딩 브랜드 이미지가 안 좋아졌기 때문이래요. 중고 마켓을 보니 최근 이 브랜드 제품이 많이 올라와 중고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해요. 디자인이나 성능은 변한 게 없는데 이렇게 갑자기 가격이 달라질 수 있나요?
A. 최근 우리나라의 지나친 교육열을 풍자한 한 개그우먼의 패러디 영상이 화제가 됐어요. 이 영상으로 인해 그가 입고 나온 패딩 브랜드에 우스꽝스러운 이미지가 생기면서 인기가 뚝 떨어지고 말았어요. 그러면서 온라인 중고 시장에 이 브랜드 제품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고 해요.
이 패딩 브랜드는 처음엔 유명 연예인들이 입고 다녀서 인기가 많았어요. 문제는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었죠. 한 벌 가격이 수백만 원에 달해 ‘부자들이 입는 옷’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이로 인해 누군가는 이 브랜드를 더 사고 싶어 합니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물건보다는 일부만이 가질 수 있는 물건이 더 매력적이니까요. 이처럼 희소한 물건을 선호하는 현상을 스놉 효과(snob effect)라고 불러요. ‘스놉(snob)’은 고상한 체하는 사람이나 ‘속물’을 뜻하는 말이지요.
기업들은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해 평범한 제품을 희소한 물건처럼 눈속임하기도 하는데요. 한정판 마케팅이 대표적인 사례예요. 1000원 정도에 살 수 있는 ‘국민 볼펜’ 브랜드도 한정판 디자인으로 나온 건 10배 넘는 가격에 팔립니다. 일부 출판사는 출판된 책의 표지만 교체해 가격을 올려 받기도 하죠. 패션 브랜드들은 일부러 제품을 적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매장에 줄을 서게 만들기도 합니다. ‘남들이 구하기 힘든 걸 어렵게 구했다’는 데서 오는 기쁨이 소비에서 얻는 가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에요.
이와 반대로 유행을 따라 다른 사람들과 같은 걸 소비하고자 하는 경향도 있어요. 이를 ‘밴드웨건 효과(bandwagon effect)’라고 합니다. 주변 친구들이 모두 특정 브랜드의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면, 나도 괜히 그 운동화를 따라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기죠. 스놉 효과와 밴드웨건 효과는 반대인 듯 보이지만 한 사람의 수요에 다른 사람들의 수요가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같답니다.
최근 화제가 됐던 패딩 브랜드는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라 처음엔 ‘아무나 살 수 없는 옷’이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사람들은 고가의 가격임에도 줄을 서서 이 패딩을 구매했고, 그러면서 이 패딩 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유행이 됐어요. 스놉 효과와 밴드웨건 효과가 모두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패러디 영상으로 인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면서 이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말았어요. 이젠 이 브랜드를 입고 다니는 게 유행에 뒤처지는 것처럼 되어버린 것이죠. 이런 이유로 갑자기 온라인 중고 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오게 되고(공급 증가), 사고자 하는 사람은 적으니(수요 감소), 자연히 중고 가격이 내려가게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