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봄 숲에서 가장 먼저 꽃이 피는 나무는 무엇일까요. 흔히 진달래꽃을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에요. 우선 생강나무가 있습니다. 진달래 꽃봉오리에 살짝 붉은빛이 보이기 시작할 때 이미 생강나무 꽃이 노랗게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생강나무 못지않게 빨리 꽃이 피는 나무가 바로 올괴불나무와 길마가지나무입니다. 두 나무 다 낙엽이 지는 활엽 관목으로, 땅속에서 여러 줄기가 나오고 키는 2~3m 정도까지 큽니다.
요즘 숲에 가보면 앙상한 가지 끝에 1.0~1.5㎝ 크기의 작은 꽃들이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꽃이 연분홍이나 흰색이면 올괴불나무나 길마가지나무일 가능성이 높아요. 이 꽃들은 빨간색 또는 노란색 수술이 화관 밖으로 나와 있는 모습이 정말 신기합니다.
두 나무 꽃은 워낙 작아서 관심을 갖고 보지 않으면 놓칠 수 있습니다. 웬만한 카메라로는 꽃술을 잘 찍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초봄 바람에 꽃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아서 좋은 카메라로도 수술에 초점을 맞추려면 시간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두 나무는 이름은 많이 다르지만 꽃 모양은 거의 비슷합니다. 둘 다 인동과에 인동속(屬)이니 형제 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어요. 올괴불나무는 연분홍색 꽃에 빨간 발레 토슈즈(toeshoes)를 신은 듯 작은 수술을 매달고 있는 반면 길마가지나무는 흰색 꽃에 노란 토슈즈 같은 작은 수술을 매달고 있답니다.
올괴불나무는 주로 중부 내륙에 분포하고, 길마가지나무는 주로 남쪽 지방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산 구봉도 등 서해안에선 두 나무가 비슷한 곳에서 자라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올괴불나무는 꽃이 잎보다 먼저 피지만 길마가지나무는 같이 나는 것도 차이가 있습니다. 길마가지나무 꽃은 초봄에 피는 꽃답게 향기도 아주 좋습니다.
두 나무 이름이 참 독특하죠? 올괴불나무라는 이름은 꽃이 일찍 피는 괴불나무 종류라는 뜻입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올’은 ‘빨리’라는 뜻을 더하는 접두사입니다. 길마가지나무라는 이름은 황해도 방언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이 분분하나 열매가 옛날 소나 말의 등에 올리는 농기구 ‘길마’를 닮은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두 나무의 꽃은 항상 두 개씩 달립니다. 두 개의 꽃이 하나의 꽃받침을 사이좋게 사용하며 핍니다. 두 나무 열매는 5~6월에 붉게 익는데, 열매가 붙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올괴불나무 열매는 아랫부분만 살짝 붙어 있지만, 길마가지나무 열매는 둘이 2분의 1 이상 붙어 있습니다. 이를테면 샴쌍둥이 열매를 만드는 나무라고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