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전문업체 두나무를 창업한 송치형 이사회 의장

국내 최대 가상 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블록체인 전문업체 두나무가 200억원을 기부했다고 서울대가 12일 밝혔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9년 전 모교의 작은 연구실에서 두나무를 창업한 송치형(42) 이사회 의장과 김형년(45) 부사장이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기탁한 것이다.

송 의장은 이날 “2012년 두나무 창업 당시 서울대 컴퓨터연구소 내 사무실을 저렴한 가격에 구하는 등 학교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성장하면 반드시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 측에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는 데 써달라”는 뜻을 전했다. 송 의장은 “경제학부에서 ‘해외 유수의 교수진을 모시려 해도 재원 문제로 성사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했다. 기부금 중 150억원은 송 의장과 김 부사장이 각각 졸업한 경제학부와 농경제사회학부에 100억원, 50억원씩 기탁된다.

나머지 50억원은 ‘유망 핀테크(금융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써달라’고 했다. 기탁금은 서울대 기술지주가 운용하는 ‘서울대 STH 핀테크 혁신 벤처투자조합’ 펀드와 ‘서울대 STH 창업초기 벤처투자조합’ 펀드를 통해 스타트업 투자에 활용된다. 김 부사장은 “졸업 당시 창업을 말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지만 교수진과 선후배들의 응원과 지지 덕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회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젊은 인재들의 창업 활동 열기를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송 의장은 창업(創業)의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사업을 할 때 재주는 삼할이고, 운이 나머지를 차지할 만큼 중요하단 것이다. “운이라는 것에 대해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첫째 사업이 잘됐을 때 내 실력만으로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만하지 말아야 합니다. 반대로 잘 안 됐을 때도 너무 무겁게 자책하지 말고 툭툭 털고 일어나세요. 둘째, 저는 결국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운을 키워준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