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에 눈이 푸른 발레리노가 이몽룡으로 춤춘다.
유니버설발레단(UBC) 수석 무용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36·러시아)가 ‘춘향’에서 수석 무용수 강미선(38)과 사랑의 파드되(2인무)를 보여준다고 UBC가 24일 밝혔다. 두 사람은 2014년 결혼한 부부. 클래식 발레 ‘백조의 호수’ ‘지젤’ 등에서 남녀 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춘 적은 있지만 창작 발레 ‘춘향’에서 이몽룡과 성춘향으로 춤을 추기는 처음이다.
“되게 좋은데 약간 걱정도 됩니다. 한복을 입은 ‘서양인 이몽룡’의 춤에 거부감을 느끼면 어쩌죠?”(노보셀로프)
“동양인이 서양 발레를 해도 이상하지 않으니 괜찮아요. 줄거리와 감정은 제가 다 설명할게요.”(강미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인 노보셀로프는 UBC에서 애칭 ‘코스차’로 불린다. 2004년 입단해 2008년 솔리스트를 거쳐 2012년 수석 무용수로 승급했다. 2014년 한국발레협회가 주는 당쇠르 노브르 상을 외국인 최초로 받았다. 그는 “발레 ‘춘향’은 큰 줄거리가 ‘로미오와 줄리엣’과 비슷하지만 새드 엔딩이 아닌 해피 엔딩이라 훨씬 더 좋다”고 말했다.
노보셀로프는 로맨티스트다. 2013년 말 ‘호두까기 인형’ 공연이 끝난 커튼콜 무대에서 강미선 앞에 무릎을 꿇고 반지를 내밀며 깜짝 프러포즈를 했다. 강미선은 한국 결혼식, 러시아 결혼식 등을 거치며 ‘코스차’가 새겨진 반지를 3개나 받았다. 지난해 아들을 출산한 강미선에겐 이번이 복귀 무대. “전에는 남편을 ‘나의 왕자님 코스차’라 불렀는데 왕자가 태어나는 바람에 이젠 그냥 왕이에요(웃음).”
3월 18~2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르는 ‘춘향’은 ‘심청’과 함께 UBC 창작 발레를 대표한다. 한복 입은 무용수들이 차이콥스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전통과 현대가 균형 있게 어울린다. 노보셀로프와 강미선은 초야(初夜) 파드되, 이별 파드되, 해후 파드되 등 색깔이 다른 세 가지 2인무를 보여줄 예정이다. 두 무용수는 “해후 파드되가 선율과 안무, 감정 측면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고 입을 모았다. 노보셀로프는 과거 급제와 어사 출두 장면의 군무를 이끌면서 남성 무용수들과 박력 있게 도포 자락을 휘날린다.
부부 무용수는 24시간 함께하며 원 없이 연습한다. 이들은 “서로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집에서는 안 괴롭히고 보듬어주는 편”이라며 상대를 최고의 파트너로 꼽았다. 강미선은 “튼튼하고 감정 표현도 좋은 파트너이자 누구보다 편하다”며 “거의 2년 공백 후 복귀하는 무대라 이를 악물고 연습 중인 내게 남편이 더 신경을 써주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문훈숙 UBC 단장은 “코스차는 신체적으로 선이 아름답고 바가노바 발레아카데미에서 정통 교육을 받아 기량이 탄탄하다. 결혼하고 아빠가 돼 그런지 무대에서 자신감과 표현력이 눈에 띄게 성장했고 안정감을 준다”며 “강미선과는 눈빛만 봐도 통할 정도로 호흡이 환상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