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작 할리우드 영화 ‘대부(The Godfather)’는 범죄 집단의 냉혹한 세계를 다룬 ‘누아르 무비’의 전성기를 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던 서른한 살의 무명 배우 알 파치노도 이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연기파 배우가 됐다. 여든한 살의 노배우가 된 그가 대부 1편 개봉 반세기를 맞아 가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출연 당시 에피소드와 소회를 떠올렸다. 그는 암흑가 콜레오네 집안의 셋째 아들 마이클 콜레오네 역을 맡아 지성미와 냉정함을 갖춘 역할로 영화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2편(1978)에 이어 3편(1991)까지 출연했다. 파치노는 “‘대부’에 출연한 것은 연기자로서 복권 당첨과 같은 것이었다”면서 “이 연기를 온전히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발전하는 데 평생이 걸렸다”고 말했다.
당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대부 1편을 연출할 때 마이클 콜레오네 역으로 로버트 레드퍼드, 워런 비티, 로버트 드니로 등 쟁쟁한 톱스타들이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코폴라 감독은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알 파치노를 발탁했다. 이 결정에 대해서 위험한 도박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고 제작사 파라마운트도 공개적으로 반대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영화는 암흑가 패밀리의 이야기를 그린 어두운 작품이었지만, 배우들은 오랜 형제들처럼 우애가 넘쳐 촬영장 분위기는 따뜻했다고 파치노는 회상했다.
“난 그때 어렸고 무명이었는데, 선배들이 날 정말 편안하게 해줬다. 그들은 내 형님들이자 연기 조언자가 돼줬다”고 했다. 특히 마이클 콜레오네의 아버지 돈 콜레오네를 연기했던 말런 브랜도(1924~2004)의 이름을 각별하게 거명하면서 “그가 날 특별히 챙겨줬다”고도 했다. 대부 1편으로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파치노는 이후 여러 차례 후보에 올랐다 수상에 실패하면서 ‘오스카가 외면하는 배우’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다가 1993년에야 ‘여인의 향기’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악연을 끊었다. 범죄 조직원들을 선악 구분이 모호한 강렬한 캐릭터로 그려낸 ‘대부’ 시리즈는 이후 홍콩·한국 등의 영화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파치노는 개봉 반세기가 다 되도록 관람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데 아쉬움도 표했다. “아직도 ‘대부? 그 영화 들어봤다’ ‘당신이 출연했었느냐’ ‘그거 영화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도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게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