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기밀 문서 수십만 건을 해킹한 뒤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던 줄리안 어산지(51) 위키리크스 설립자가 23일(현지 시각) 수감 중인 교도소에서 옥중 결혼식을 올렸다고 BBC가 보도했다.

어산지는 2010~2011년 미 국무부 외교 문서와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기밀 문서를 위키리크스 사이트에 공개한 호주 출신 해커다. 미국은 어산지를 간첩 혐의로 수배했고,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도피 생활을 하던 그는 2019년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 현재 보안 수준이 높기로 유명한 영국 런던 벨마시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어산지의 결혼 상대는 남아공 출신 변호사 스텔라 모리스(39)다. 모리스는 2011년 어산지의 법률팀에 합류하면서 처음 연을 맺었고, 2015년 연인으로 발전해 두 아들을 낳았지만 결혼식을 올리진 못했었다. 이날 결혼식은 교도소 면회 시간에 진행됐다. 하객 4명과 증인 2명, 교도관 2명이 결혼식을 지켜봤다. 어산지가 입을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 킬트와 신부의 드레스는 어산지를 지지하는 영국 유명 디자이너 비비언 웨스트우드가 만들었다. 웨스트우드는 신부의 베일에 ‘용감한’이나 ‘자유롭고 지속되는 사랑’ 등의 단어를 새겨넣었다. 모리스는 결혼식이 끝나고 교도소에서 나와 “매우 행복하면서도 슬프다”며 “어산지가 여기에 함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리스는 결혼식 전 외신에 기고한 글에서 교도소 보안 정책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모리스는 “법무부와 교도소는 우리가 제안한 증인이 언론사 사진 기자라는 이유로 거부했다”며 “사적인 행사의 모든 부분이 철저하게 감시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들은 우리의 결혼 사진이 소셜미디어나 언론에 노출될 경우 보안상 위험이 있다고 하는데, 결혼식 사진이 어떤 보안 위협이 될 수 있느냐”며 “어산지에게만 다른 규칙이 적용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