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는 지난달까지 2년 4개월간 총학생회가 없었다. 마지막 총학생회의 임기가 끝난 이후 5번 선거를 치렀지만 총학생회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2019년 11월과 2020년 4월 선거에선 단독 출마한 후보가 중도 사퇴했고, 2020년 11월 선거에선 입후보자가 아예 없었다. 작년 4월과 11월에도 선거를 치렀지만, 투표율이 50%가 되지 않아 개표도 하지 않고 선거가 무산됐다.
2년이 넘도록 총학생회가 선출되지 않은 것은 서울대 역사에서 처음이다. 그러던 지난달 말 6번째 선거 만에 조선해양공학과 김지은(24)씨가 총학생회장으로 선출돼 이달 초 임기를 시작했다. 김씨는 소속 학과 학생회장과 공과대학 학생회장을 거쳐 두 번째 출마 만에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지난 27일 서울대에서 만난 그는 “총학생회실에 딸린 골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학교와 학생, 사회 발전을 위해 학생회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서울대 총학생회 선출이 오랜 시간 난항을 겪은 것에 대해 “과거에 비해 학생들의 공동체 의식이 약해진 영향이 있다”고 했다. 진로의 다변화, 취업난 등 학생들이 ‘공동체 문제’에 관심을 쏟기 어려워진 사회 환경에 더해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개인주의가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건국대·국민대·동국대·서울시립대·중앙대·홍익대 등 서울 시내 9개 대학이 투표율 미달 등을 이유로 올해 총학생회 선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김씨는 “이런 변화가 나쁘다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학생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학생회가 고민해야 한다”며 “학생회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조직이라는 신뢰를 줘야,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학내외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했다. 김씨는 이런 취지에서 학점 산정 제도, 학내 식당 가격 인상 문제 등 학생들에게 직결된 문제 해결을 새로 선출된 총학생회의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학교 축제와 각종 대외 활동 등 코로나로 인해 제한됐던 캠퍼스 생활을 정상화하는 것도 목표 중 하나라고 했다. “최근 3년간 입학한 학생들은 캠퍼스 생활을 즐길 기회가 없었어요. 잘 놀아야 대학 생활 잘했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그런 추억을 쌓을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건 안타깝지요.”
김씨는 “그렇다고 모든 걸 기계적으로 코로나 이전으로 돌리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코로나를 겪으면서 도입된 변화 중 긍정적인 것들은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가령 대면 수업을 하더라도 온라인 강의를 통해 학점과 관계없이 학생들이 듣고 싶은 수업을 청강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더 작은 단위의 학생회장을 해봤지만, 총학생회장의 무게감은 다르더라고요. 바쁘고 힘들기도 하지만, 이런 일이 적성에 맞는지 마음은 즐거워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면서도 서울대 총학생회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도 다할 수 있는 학생회를 만들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