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간 한센인(나환자)과 중증 장애인을 위해 헌신한 스페인 출신 유의배(Luis Maria Uribe·77) 신부와 704억원 사재(私財)를 털어 장학회를 세우고 과학기술 분야 인재를 길러온 손재한(101) 한성손재한장학회 명예이사장이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민추천 포상 수여식’에 참석해 이들을 포함 총 19명에게 국민훈장과 포장 등을 수여했다. 국민추천 포상은 일반 국민이 추천한 공로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심사를 거쳐 포상하는 제도다. 국민훈장은 훈격(勳格)에 따라 모란장과 목련장, 석류장 등으로 나뉜다.

유 신부는 프란치스코회 선교사로 1976년 한국에 파견됐다. 1980년 경남 산청군의 한센인 시설 성심원 신부로 부임해 43년간 한센인을 돌봐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센인들 사이에선 ‘한센인의 영원한 친구’로 불린다. 2016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적십자 인도장 금장’도 받았다. 유 신부는 이날 수상식에서 “(한센인들을) 진짜 사랑하면서 내 가족들처럼 생각했기 때문에 행복하게 살았다”고 말했다.

황해도 출신인 손 명예이사장은 서울 종로구에 세운상가와 파고다 아케이드 등을 세워 번 704억원 규모의 자산을 출연해 2013년 한성손재한장학회를 만들었다. 한성 노벨 영·수재 장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주고, 한성과학상을 만들어 시상하는 등 과학기술 분야 인재 양성에 힘썼다. 손 명예이사장은 “제 소원은 한국인 과학자가 노벨 과학상을 받고, 그분에게 한성과학상을 수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훈장 목련장은 부산 동아대 발전 기금으로 150억원 상당의 주식을 기부한 강병중 넥센 회장이, 석류장은 평생 모은 재산 113억원을 경북 포항 한동대에 기부하고 지난해 99세로 세상을 떠난 의사 고(故) 장응복씨가 받았다.

평생 포목점과 여관을 운영하며 모은 돈 5억원을 충남대에 기부한 고 성옥심씨는 국민포장을 받았다. 이외에도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36년간 430회가 넘는 무료 심장 수술을 해준 의사 박국양씨와 교수 조태례씨 부부(대통령표창) 등이 수상자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