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이혜성이 치열한 공부 끝에 서울대학교 입시에 성공했지만, 목표를 이루자 공허함을 느껴 힘들어했던 과거 이야기를 털어놨다.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에는 지난 29일 ‘인정 중독에서 벗어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전 KBS 아나운서 이혜성의 강연 영상이 올라왔다.
강연자로 나선 이혜성은 쉬지 않고 공부했던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형광등이 환하게 켜진 상태로 엎드려서 자다가 일어났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침대를 안 샀다. 푹신한 곳에 누워서 자면 못 일어날까 봐 무서웠던 것”이라며 “등굣길에는 영어 단어를 외우면서 갔다. 그렇게 학교에 도착해서 수업을 듣고 토씨 하나 안 빠트리고 선생님 말씀을 노트에 적었다. 스스로 가스라이팅하면서 공부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도 시간을 쪼개 활용했다. 그는 “점심시간에 다른 친구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를 떨면서 밥을 먹는데 저는 계속 공부를 했다. 급식줄이 많이 줄었을 때쯤 제가 보고 있던 노트를 그대로 들고 급식 줄을 섰다”며 “유난스러워 보였는지 친구가 ‘이렇게까지 공부했는데 전교 1등 못하면 창피하겠다’고 했다. 마음이 아리지만 상처를 곱씹을 시간도 없어서 밥을 대충 먹고 앉아서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이혜성은 하교 후 학원으로 가는 길에도 공부를 했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문제집을 풀었다는 그는 “새벽 1시에 학원 자습이 끝났다. 그때 중학생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휴대폰이 없는 유일한 학생이었다. 친구들과 만나서 놀지 않는데, 연락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라고 떠올렸다.
독서실에서도 마감시간인 새벽 2시까지 공부를 했다. 집에 가서는 비빔면을 끓여먹었다. 소화시키는 동안 잠을 안 자고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딸의 건강을 걱정한 아버지가 새벽 4시에 집 불을 모두 껐지만, 이혜성은 이불 속에 숨어 스탠드 조명에 의지해 공부했다.
치열했던 공부만큼이나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도 컸다고 한다. 그는 “편두통이 가끔 왔었다. 항상 구토 증상이 동반되는데 양호실에서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선생님의 말씀이 시험에 나올까 불안했다”며 “아무리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해도 늘 나보다 머리가 좋고 전국권에서 날아다니는 친구들이 있었고 늘 스스로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쫓기는 마음으로 공부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이혜성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곧 정신적 공허함에 휩싸였다고 한다.
이에 이혜성은 공부에 쏟았던 노력을 외모 가꾸기에 쏟았고, 외모 가꾸기는 곧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이어졌다. 다이어트 스트레스로 폭식증을 겪었다는 이혜성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극단적인 운동을 하기도 했다.
이혜성은 좋은 학교, 외모, 직업을 위해 노력했던 과거 자신의 모습을 되짚으며 자신이 ‘인정 중독’이라고 밝혔다.
이혜성은 “절박하게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게 반복되니 너무 외롭고 불안했다. 그 시간을 견디면서 스스로 ‘도대체 무엇이 중요할까’를 깨닫기도 했다”며 “행복도 성적순이 아니고 성공도 성적순이 아니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정 중독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건 불가능할 수 있다.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을 무시하지 않는다. 그 과정을 천천히 즐기면서 가려고 노력한다”며 “가끔은 멍 때리는 날도 가지려 하고 친구들과 빵 투어도 많이 다닌다. 가끔 식탐에 질 때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살이 찌면 건강하게 운동하고 건강하게 먹으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