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출신 유튜버 '우자까'로 활동하던 우은빈씨는 불의의 사고로 머리뼈 제거 수술을 받은 후 재활 과정을 공개했다. /유튜브 '우자까'

왼쪽 머리뼈의 40%를 제거한 모습을 공개해 화제가 됐던 유튜버 ‘우자까’ 우은빈씨가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도 희망은 있다”며 위로를 전했다.

승무원, 은행원, 작가, 강사로 활동했던 우씨는 8일 MBC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에서 자신을 “명칭실어증 환자”로 소개했다. 사물이나 사람의 이름을 말하거나 단어를 기억하고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언어장애다.

그는 지난 1월 27일의 일을 떠올렸다. 승무원 취업 특강을 하러 가던 길에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부딪혔고, 그날의 기억을 모두 잃었다고 했다.

뇌출혈과 뇌부종이 발생했고, 좌뇌의 95%가 손상됐다. 왼쪽 귀와 전두엽 밑으로 피가 쏟아져 후각과 신경세포도 손상됐다. 수술 집도의는 가족들에게 “살아갈 확률이 20~30% 정도”라며 “살아나더라도 30대 여성으로서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야기를 들은 가족들은 우씨가 살아나기만을 기도했다고 한다.

8일 방송된 MBC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에 강연자로 나선 우은빈씨. /MBC

일주일 만에 눈을 떴지만, 우씨는 어머니와 남편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내가 침을 꿀꺽 삼키니까 뇌가 움직이는 게 다 보였다. 누가 머리를 칼로 찌르고 망치로 두드리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왼쪽 머리뼈의 5분의 2를 들어내는 수술을 받은 우씨는 좌뇌 손상으로 언어장애를 갖게 됐다. 의사는 가족들에게 “다시 어린아이가 되었다고 생각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이었다. 우씨는 자동차, 샌드위치 등 어린아이도 알만한 단어를 말하지 못했다. 그는 “뭐라고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며 “그런 저를 인정하기 싫었다”고 했다.

왼쪽 머리뼈 제거 수술을 받은 후 우은빈씨의 엑스레이 사진. /MBC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

그러다 우씨는 문득 궁금해졌다고 했다. ‘나처럼 머리뼈가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들이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면 위안을 받을 거라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우씨는 “다 나처럼 숨어 있는다고 생각했다”며 “그렇다면 내가 먼저 드러내고 다가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9일 사고 후 첫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우씨는 “그렇게 저는 한국 최초로 머리뼈가 없는 모습을 공개한 사람이 됐다”고 했다.

응원해 주는 이들도 많았지만, 악플도 많았다고 했다. “토 나온다” “징그럽다” “밥맛 떨어진다” “남편 불쌍하다” 등의 댓글이었다. 우씨는 “악플에 얽매이면서 불행해지지 않았다”며 “저처럼 뇌 손상을 입은 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쏟아부었다”고 했다. 우씨와 비슷한 상황의 환자나 가족들의 연락을 받으면 직접 만나기도 했다.

우씨는 그 이후로 두개골 성형술을 받아 이전보다는 왼쪽 머리뼈가 채워졌다고 했다. 그는 “어떤 아픔을 마주하더라도, 힘들고 우울한 일이 있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며 “저를 봐라. 이렇게 여러분 앞에서 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절대 부끄러워하거나 숨지도 말라”며 “저도 앞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