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사망한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오씨 인스타그램

지난해 9월 사망한 MBC 기상 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그의 유서로 추정되는 문서의 일부가 공개됐다.

27일 매일신문은 오씨 사망 후 비밀번호가 풀린 휴대전화에서 유서가 발견됐으며 그 안에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유서에는 오씨보다 먼저 MBC에 입사한 기상 캐스터가 오보를 내고 오씨에게 뒤집어씌웠다는 얘기도 있다고 한다. 퇴근 시간이 지난 뒤 ‘가르쳐야 한다’는 이유로 회사로 호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오씨는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매일신문이 오씨의 녹음 파일과 카카오톡 대화 등을 토대로 보도했다.

보도가 나온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서 및 카톡 일부’라는 글, 진료 차트 등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 MBC,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유족이 요청하면 진상조사”

MBC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MBC는 최근 확인이 됐다는 고인의 유서를 현재 갖고 있지 않다”며 “유족들께서 새로 발견됐다는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MBC는 최단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MBC는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부서(경영지원국 인사팀 인사상담실, 감사국 클린센터)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며 “고인이 당시 회사에 공식적으로 고충(직장 내 괴롭힘 등)을 신고했거나, 신고가 아니더라도 책임있는 관리자들에게 피해사실을 조금이라도 알렸다면 회사는 당연히 응당한 조사를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MBC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엄하게 처리하고 있으며, 프리랜서는 물론 출연진의 신고가 접수됐거나 상담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도 지체없이 조사에 착수하게 돼 있다”고 했다.

아울러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한 무분별한 유포와 의혹 제기를 자제해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며 “동시에 정확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마치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이 같은 MBC 입장문에 “MBC는 고인이 고충담당 부서나 관리 책임자에게 신고한 적이 없었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유족이 요청하면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며 “논란이 커지자 마지못해 입장을 발표한 모습이 역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이번 비극적인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반드시 법적·도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오씨는 2021년 5월 MBC 기상 캐스터로 합격해 활동했으나, 2년 뒤인 지난해 9월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