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티도 가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싶지. 젊은 애들이랑 같은 대학에서 공부한다는 게 너무 기쁘지.”
55세부터 87세까지 만학도 새내기 48명이 숙명여대 미래교육원에서 공부를 시작한다. 10일 오후 2시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는 미래교육원 입학식이 진행됐다. 이날 입학식에는 초고령 새내기 김갑녀(87)·모부덕(87), 2025학년도 수능 최고령 임태수(84) 할머니를 포함해 만학도 47명이 참석했다.
이날 만학도 새내기들은 책을 가득 넣은 가방을 매고 백주년기념관에 들어섰다. 미래교육원 사회복지학과 신입생 임태수 할머니는 “고등학교 다닐 때랑은 또 다르겠지”라며 “고등학생 때 ‘공부만 하면 대학을 갈 수 있다’는 말에 인공관절 삽입 수술 후유증도 견뎌가며 공부했다”고 했다. 임씨는 지난 2023년 학력 인정 평생교육 기관인 일성여중고에 등록해 공부를 시작했다. 임씨는 “하늘이 부르기 전에 대학원도 갈 수 있지 않겠냐”며 웃었다. 입학식이 시작되자 임씨는 “배움에는 나이가 없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데 늦었을 때는 없다”는 문시연 숙명여대 총장의 축사에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했다.
문 총장이 최고령 학생인 김갑녀, 모부덕 할머니에게 교표와 과잠(학과 점퍼)을 증정하자 할머니들은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문 총장이 김씨에게 과잠을 입혀주자 입학생들은 “멋지다”고 환호했고 모씨는 김씨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어줬다. 다리가 불편한 모씨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 무대로 나가 목에 학생증을 걸었다. 김씨는 “어린 시절에 못 배운 한을 다 풀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임태수 할머니는 “자녀들이 ‘엄마가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라’며 등록금을 내줬다”며 “자기들이 끝까지 밀어준다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다리 수술을 받기 전에는 춤추는 걸 좋아했는데, 댄스 동아리가 있으면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임씨는 “내가 대학까지 온 걸 아버지가 아시면 얼마나 좋아하시겠냐”며 “내가 이렇게 장한 딸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김갑녀 할머니는 “이 나이에 대학생이라는 이름자를 붙이는 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며 “나이 들어서 공부하려다 보니 힘에 부쳤는데, 계속 공부하길 참 잘했다”고 했다. 일성여중고에서 공부한 김씨는 “자퇴를 두 번이나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그때마다 ‘대학가서 손자 손녀에게 자랑하라’며 말렸다”며 “그때는 중학교 졸업이 목표였는데 이젠 어엿한 대학생이 됐다”고 했다. 김씨는 “내가 20대 때 어머니가 공부를 하라고 하시기에 ‘이미 늦었다’고 했는데 늦은 때는 없더라”고 했다.
이날 입학생에는 입학식의 가족들도 총출동했다. 권순광(76) 할머니의 딸 윤석희(50, 영등포구)씨는 “엄마가 정말 열심히 공부하셨다”라며 “한자 공부하러 다닌다더니 어느날 국어 영어 수학까지 하시더라”라고 했다. 권씨 오빠인 권순일(77)씨도 “동생이 여자라서 부모님이 중학교를 안 보냈는데, 본인이 이렇게 공부까지 해서 대학을 가니 참 대견하다”고 했다.
숙명여대 미래교육원은 교육부장관 명의의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2년제 사회복지학 과정과 숙명여대 총장 명의의 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3년 6개월 아동학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사회복지학과와 아동학과에 각 26명과 22명 등 총 48명이 입학했고, 현재 총 84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