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에서 ‘새파란 선글라스’로 유명한 강영숙입니다. 노래 나오면 미친듯 즐길 줄 알고, 건강에도 자신있심다.”
경북 칠곡군 할머니들이 결성한 래퍼 그룹 ‘수니와 칠공주’의 오디션이 18일 칠곡군 지천면사무소에서 열렸다. 지난해 10월 별세한 멤버인 고(故) 서무석 할머니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오디션이었다.
오디션에 앞서 수니와 칠공주 멤버 이옥자 할머니가 서무석 할머니를 기리는 애도 편지를 읽었다. 이씨는 “무석이 형님, 주먹 휘두르며 멋지게 랩하던 우리 형님 같은 분 뽑아야지요. 형님도 하늘에서 보시다 (합격자가 있으면) 사인 한번 주소”라고 하자, 일부 멤버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날 오디션에는 칠곡과 대구에 거주하는 70~80대 할머니 6명이 참가했다. 경쟁률이 6대 1인 셈이다. 심사위원으로는 수니와 칠공주 리더 박점순 할머니, 팬클럽 회장 금수미씨, 한글 선생님인 정우정씨 등이 참석했다.
오디션은 자기소개에 이어 한글 실력을 검증하는 받아쓰기, 랩 따라 하기, 감수성을 심사하는 글짓기, 무대 위에서의 가창력과 춤 실력을 보는 애창곡 부르기와 막춤 추기 순으로 진행됐다.
대구에서 온 강정열(75)씨는 “처음엔 정열이란 내 이름이 못마땅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일흔이 넘어서도 열정 있게 사는 모습이 멋지다’고 했다”며 “합격하면 칠곡으로 이사해 열정과 정열이 넘치는 멤버가 되겠다”고 했다.
칠곡군의 또 다른 할매래퍼그룹 ‘텃밭 왕언니’의 리더를 맡고 있는 성추자(81) 할머니도 그룹의 유니폼을 입고 오디션에 참석했다. 성씨는 “수니와 칠공주 멤버로 합격해 많이 배운 다음 우리 그룹 동생들에게 전수해주려고 한다”면서 “오디션에 참가한다고 하니 우리 자식들도 ‘엄마 앞으로 나쁜 짓 말고는 다 하면서 살아도 된다’며 응원해줬다”고 했다.
‘나의 소원’을 주제로 한 글짓기에서 할머니들은 저마다 감수성을 뽐냈다. 이선화(77)씨는 “나는 젊을 때부터 자원봉사를 좋아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때가 행복했다”며 “래퍼 어르신들의 친구이자 심부름꾼이 되었으면 한다”고 썼다. 한상선(78)씨는 “앞으로 자식에게도 누가 되지 않게 건강한 래퍼를 해보는 게 내 소원”이라고 했다.
이어진 노래 부르기에선 엄옥자(76)씨가 평소 좋아하던 가수 현철의 노래 ‘내 마음 별과 같이’를 열창했고, 이선화씨는 김소월 시인의 시 ‘진달래꽃’과 ‘초혼’을 낭독했다.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오디션에서 합격한 수니와 칠공주의 새 멤버는 이선화씨였다. 이씨는 한글 실력과 가창력, 감수성 등 여러 분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선화씨는 “기존 멤버들을 친언니처럼 모시고 열심히 활동해보겠다”며 “좋아하는 김소월 시인의 시를 랩으로 불러보고 싶다”고 했다.
수니와 칠공주 리더 박점순 할머니는 “선화 동생이 우리하고 같이 합을 맞춰서 그룹 활동을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했다.
한편 수니와 칠공주는 지난 2023년 8월 칠곡에서 평균 나이 85세 할머니들이 결성한 래퍼 그룹으로, 각종 방송과 광고 등에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