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는 중계 코멘트로 유명한 축구 캐스터 송재익(83)씨가 18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송씨는 지난해 4월 암 진단을 받고서 투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는 우석대 영어영문학과를 나와 1970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초기엔 복싱 중계를 맡았다. 198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고(故) 김득구 선수 마지막 경기였던 WBA 라이트급 타이틀전을 송씨가 서울에서 위성 중계했다. 1990~2000년대엔 주로 축구 중계를 하면서 재치 있는 말솜씨로 인기를 끌었다. 1986 멕시코 월드컵부터 2006 독일 월드컵까지 6회 연속 월드컵 중계를 맡았다. 신문선 해설위원(현 명지대 초빙 교수)과 호흡을 맞춰 ‘명 콤비’로 이름을 날렸다.
송씨는 중계를 하면서 비유를 많이 활용해 시청자들 몰입감을 높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축구계 송해’라고도 불렸다. 1997년 9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1998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에서 후반 41분 이민성 역전골이 터지자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고 외친 대목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송씨는 2000년대 후반부터 활동이 뜸했다가 2019년 프로축구 K리그2(2부) 중계 마이크를 잡아 2년간 54경기를 중계한 뒤 2020년 은퇴했다. 유족은 딸 소담·아들 걸씨가 있다. 빈소는 이대서울병원, 발인은 21일. (02)6986-4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