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정부가 산악인 엄홍길 대장을 자국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비자 없이 네팔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특별 배려한다.

작년 5월 3일, 쥬갈 히말라야 1봉 정상에 오른 엄홍길 대장./쥬갈히말원정대

주한 네팔 대사관(대사 시버 마야 툼바항페)은 20일 “네팔 정부는 엄홍길 대장의 히말라야 등반 업적과 네팔 청소년 교육 사업 등 한국과 네팔 양국 간 우호 증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하여 네팔 홍보대사(Ambassador for Nepal Promotion)로 위촉하며, 네팔 비자 면제 증서(Visa Exemption Certificate)를 공식 전달한다”고 밝혔다.

엄 대장에 대한 홍보대사 위촉과 비자 면제 증서 전달은 오는 24일 오전 11시 서울 성북구 주한 네팔대사관에서 열린다.

엄 대장은 2020년 1월 네팔 정부로부터 명예 시민권을 받았으나 당시 비자 면제 혜택은 없었다.

네팔의 외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는 외무부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심의를 거쳐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엄 대장은 작년 5월 한국과 네팔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한국과 네팔의 대표 산악인을 중심으로 합동 등반팀인 ‘한국-네팔 우정 원정대 2024’를 결성, 히말라야 미답봉(未踏峯) 쥬갈 히말라야 1봉(6591m) 원정에 나서 세계 첫 등정이라는 쾌거를 남겼다.

인천공항공사 글로벌봉사단과 네팔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봉사 활동을 하는 엄홍길 대장. /정병선기자

당시 엄 대장은 6000m급 이상 고산(高山) 등정을 중단한 지 17년 만에 등정에 나선데다 악천후와 눈폭풍 때문에 1차 등정에 실패한 뒤 곧바로 2차 등정에 도전, 성공하면서 네팔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엄 대장은 또 지난 2008년 ‘엄홍길휴먼재단(이사장 이재후)’을 설립해 네팔의 청소년 교육에 지속적으로 간여해왔다.

그는 히말라야 16좌 완등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팡보체를 시작으로 타르푸, 룸비니, 비레탄티, 다딩, 산티푸르, 따또바니, 골리, 마칼루, 순디, 네팔건지, 푸룸부, 구르카, 둘리켈, 심파니, 딸께셜, 성카라풀, 테라툼 등지에 20개의 휴먼스쿨과 병원, 기숙사, 사원을 건립했다.

현재 2개의 휴먼스쿨과 다목적 실내 체육관을 건립 중이며, 네팔 셰르파 유가족과 자녀 장학금 지급 등 교육사업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자이자 2024년 합동 등반팀 네팔 측 대장이었던 라크파 소남 셰르파는 “네팔 현지에서는 1953년 에베레스트를 처음 등정한 에드먼드 힐러리(2008년 사망) 경 이후 엄 대장 같은 산악인이 없었다”며 “그의 교육 활동에 네팔 정부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힐러리 경은 에베레스트 지역을 중심으로 학교 건립을 한 바 있다.

한국과 네팔 수교 50주년 기념 히말라야 원정에 나서기 위해 지난해 4월 5일 인천국제공항에 모인 엄홍길(왼쪽에서 넷째) 대장과 대원들. 엄 대장은 “등정 대상은 히말라야의 쥬갈 1봉(6591m)과 쥬갈 2봉(6518m)으로 아직 그 누구의 발도 들이지 않은 미답봉(未踏峯)”이라고 했다. /정병선 기자

엄 대장은 “네팔 정부 조치에 감사하며, 한국과 네팔 양국 간 문화·교육·관광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앞으로 수교 100년을 향한 야심 찬 도전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엄 대장은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16좌를 완등한 세계적인 산악인이자 대한체육회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대한민국 대표 체육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