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이 16일 자전 에세이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을 출간했다. 1935년생인 김 명예회장은 책을 낸 이유로 “아흔을 넘은 인생의 황혼녘에서 지나간 일을 회상해본다”며 “그간 만나온 젊은이들의 질문과 고민에 대한 나름의 대답이자, 비록 만나지는 못했지만 도전을 앞두고 노력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위한 나름의 응원과 격려”라고 했다. 가난한 소작농의 11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 명예회장은 1958년 우리나라 첫 원양어선의 무급 항해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동원그룹과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일궈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김 명예회장은 요즘 뭍에서 연어 양식을 하는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주변에서 새로운 도전은 무리라고 할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평생 새로운 무언가를 상상하고, 그 상상을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며 살아온 나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끄고 새로운 도전을 멈추는 것은 내게 숨이 끊어지는 일과 다름없다.”
김 명예회장은 “호기심은 뇌의 허기를 일깨우고 그 허기가 우리를 배우고 학습하게 하는 원천”이라고 했다. 그는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본 뒤 인공지능(AI)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2020년에는 AI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카이스트에 사재 50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김 명예회장은 책에서 스스로의 ‘실패담’도 소개했다. 카메라, 섬유, 무선호출 사업 등 동원이 뛰어들었다가 철수한 사업들을 상세하게 소개한 것이다. 그는 “성과가 좋지 않으면 미적거리지 않고 포기하는 게 동원의 원칙”이라며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본전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 명예회장은 “동원의 임직원에게 ‘모든 사물과 사안은 열두 가지 방향에서 다각도로, 면밀히 바라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한 면만 바라봐선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열두 가지 방향, 즉 문제의 여러 측면과 원인을 골고루 파악하고 분석해야 본질부터 바로잡을 수 있다”고 썼다.
젊은이들에게는 이런 조언을 했다. “성공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수많은 난관이 경쟁자를 걸러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태풍을 피하는 길은 순풍으로 항해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