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로고. /조선일보DB

10세 조카를 귀신이 들렸다며 폭행하고 욕조 물에 강제로 집어넣어 숨지게 한 ‘용인 조카 물고문 살인사건’ 피해자의 친모가 항소심에서 형량을 감경받았다. 친모는 자신의 언니와 형부가 딸을 학대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조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와 이모부는 지난달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30년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항소5부(재판장 김은성)는 18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방조 및 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A(32)씨에 대해 징역 3년의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남편과 이혼한 뒤 이사와 직장 문제 등으로 딸 B(10)양을 언니 C씨에게 맡겨 키워오던 중 작년 1월 C씨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B양의 양쪽 눈에 멍이 든 사진을 전송 받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언니 C씨로부터 “애가 귀신에 빙의됐는지 확인하려면 복숭아 나뭇가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복숭아 나뭇가지 한 묶음을 사 전달한 혐의도 받는다.

또 B양 사망 전날인 지난해 2월 7일 C씨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파리채로 아이를 때렸다”는 등의 말을 들었지만, 오히려 B양에게 “이모 손이 닿으면 안 고쳐지는 것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B양은 다음날 C씨 부부에 의해 욕실로 끌려가 물고문 행위를 당한 끝에 숨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귀신에 빙의돼 자해한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학대를 방임했고, 부모의 책임을 방기했다”며 검찰 구형량인 징역 2년보다 형량을 높여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검사가 기소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기소된 것으로 전제하고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다”며 “피고인의 방임 행위가 지속하는 중에 아동이 사망에 이른 것은 부모로서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불리한 양형 인자로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범위를 넘어 아동학대 치사죄나 살인방조죄로 형량을 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