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발생한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과 지난 5일 발생한 강원 강릉·동해 산불이 삽시간에 대형 산불로 번진 것은 겨울 가뭄과 강풍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동해안 지역에 불에 잘 타는 침엽수 분포가 높은 점도 산불이 커진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6일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강원 동해안 지역의 강수량은 46.8㎜로 평년(111.8㎜)의 41% 수준이다. 해당 기간 강원 동해안 지역 강수일수도 8.3일로 평년(17.6일)의 절반에 못 미친다. 지난달 15일부턴 강원 동해안 지역에 건조 특보가 발효 중이다. 대구·경북 지역 강수량도 지난 1월 2.6㎜로 1973년 이후 역대 넷째로 적었다. 강원지방기상청 관계자는 “극심한 겨울 가뭄에 낙엽과 풀이 마를 대로 말라 불쏘시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강한 바람과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의 방향도 불을 키웠다. 동해안 일대는 봄철인 3월에서 5월 사이 국지성 강풍이 분다. 서쪽에서 부는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공기 흐름이 급격히 빨라지는 것이다. 이 바람은 강원도 영동 지방의 양양과 고성 간성읍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의미에서 ‘양간지풍’이라고 불린다. 지난 5일 강릉의 순간 최대 풍속은 초속 19.4m, 삼척 17.2m, 동해는 14.6m에 달했다. 경북 울진 역시 순간 최대 풍속은 초속 15m였다.
종잡을 수 없는 바람 방향도 한몫했다.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첫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남서풍을 타고 불은 동해안 쪽으로 급속히 번져 강원 삼척까지 옮아붙었다. 그러나 다음 날인 5일엔 바람이 남쪽으로 방향을 바꿔 불은 다시 울진 쪽으로 무섭게 치고 내려왔다. 강릉 옥계에서 시작된 불도 해안 쪽으로 불던 바람을 타고 번지다가 내륙 방향으로 바람이 바뀌면서 도심까지 불길이 들이닥쳤다. 산림청 관계자는 “바람을 따라 화선이 시시각각 변해 불을 제압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불이 난 지역에 소나무 등 침엽수가 많았던 점도 한 원인이다. 이창우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장은 “소나무의 송진에는 정유(기름) 성분이 함유돼 불의 화력을 높인다”면서 “불붙은 잎이 바람에 날려 다른 나무에 불을 붙이는 영향도 컸다”고 했다.
산불 면적이 워낙 넓어 연기가 많이 발생하면서 소방 헬기 시야 확보가 잘 안 된 점도 진화에 어려움을 초래했다. 또 울진·삼척뿐 아니라 강원 영월과 대구 달성 등 전국 여러곳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동시에 발생하다 보니 소방 헬기도 분산됐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는 “산불 진화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헬기인데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나다 보니 헬기의 집중 투입이 어려웠다”면서 “무엇보다 강풍으로 인한 비화(飛火·불티가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것)로 걷잡을 수 없이 산불이 번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