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시에서 3형제 중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진 사건의 범행 당시 상황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경찰은 숨진 용의자가 형제 중 1명으로부터 결제 대금을 빨리 달라는 독촉을 받았던 것을 확인하고, 둘 사이에 금전적인 다툼이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금전적 다툼 범행 동기 됐을 가능성에 무게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30대 용의자 A씨는 지난 21일 사천시 사천읍 한 주택에서 5형제 중 셋째인 C(60대)씨와 넷째인 D(50대)씨를 숨지게 하고, 둘째인 B(60대)씨를 중태에 빠지게 한 혐의(살인 등)를 받고 있다. A씨는 다음날인 지난 22일 오후 사천대교 휴게소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도주를 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경기 구리시에서 과일 경매사로 일했다. 그는 과일 도매상인 넷째 D씨와 거래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D씨가 멜론을 밭떼기로 사서 넘기면 A씨가 과일을 팔아줬다. 그런데 A씨는 결제 대금 일부를 D씨에게 넘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약 일주일 전 D씨가 A씨에게 대금을 빨리 지불해 달라는 독촉 문자를 2차례 보낸 것이 확인됐다. 경찰은 이 점에 미뤄 둘 사이의 금전적인 다툼이 범행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으나 용의자와 피해자들이 모두 숨져 추가적인 단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용의자, 넷째 찾은 형제 2명에는 우발적으로 범행한 듯
경찰은 용의자 A씨가 범행 당일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다른 형제에게도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변 CC(폐쇄회로)TV 등을 보면 A씨는 오전 7시 30분쯤 집에 혼자 있던 D씨를 먼저 둔기로 가격해 숨지게 한다. 이후 한 시간 30분 정도 지난 9시쯤 셋째인 C씨가 세차를 하기 위해 D씨 집에 찾았다가 A씨에게 습격을 당했다. 이보다 1시간쯤 뒤에는 둘째 B씨가 이 집을 찾았다가 A씨로부터 범행을 당했다. 당시 B씨는 D씨의 딸이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연락이 안되니 확인을 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D씨 집을 찾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D씨의 딸은 매일 부친에게 안부전화를 할 정도로 평소 부친과 잘 지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D씨의 차량에서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하는 등 증거인멸 시도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우애가 각별해 서로를 잘 챙기던 형제 사이다 보니 결론적으로 피해가 더 커져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정확한 범행 경위와 당시 상황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둔기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감식 중이다. 피해자들과 용의자의 휴대폰도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작업에 들어가는 등 다각도로 보강 수사를 벌여 정확한 범행동기도 찾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