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 /이철우 관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 초기부터 밀어부치고 있는 공공기관 조직 통합 작업이 암초를 만났다. 일부 공공기관 대표들이 사퇴를 거부하며 반발하고 있고, 대구시의회도 홍 시장의 통폐합 추진에 속도조절을 당부하며 조직 통합에 제동을 걸었다. 대구시는 산하 공공기관을 18개에서 10개로 통폐합하는 구조개혁안을 추진 중이다.

이철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은 12일 “대구시로부터 관장의 임기가 오는 21일 만료되니 사직원을 제출해 달라는 통보를 받고 고민했다”며 “근본적으로 대구 클래식 음악의 위상이 이렇게 실추되는 무리한 조직개편에 음악인의 1인으로서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본인이 행정직을 맡은 공직자이니 행정적 처분에 대해서는 수용한다”면서도 “사직원은 절대로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가 강제로 해임처분을 내리면 따르겠지만 그때까지는 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 관장은 “대구콘서트하우스가 대구문화예술회관의 하부기관으로 편제되는 상황이 대구음악의 역사적·세계적 상징성을 지닌 대구콘서트하우스의 권위가 격하되는 전문성이 고려되지 않은 결정이라 판단해 조직개편을 인정하는 사직원의 서명은 음악인의 양심상 허락치 않아 거부한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대구콘서트하우스,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문화재단, 대구관광재단,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미술관 등 6개 기관을 새로 설립되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구문화재단 이승익 대표, 대구오페라하우스 박인건 대표, 대구관광재단 대표 박상철 대표 등 3명은 11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민선 8기 홍준표 대구시장이 추진하는 개혁정책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해 남은 임기와 무관하게 대표직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또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와 대구도시철도공사의 통폐합 추진으로 퇴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도 홍 시장의 통폐합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홍 사장은 “홍준표 시장의 공공기관 통폐합에 공공기관 사장으로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후배들을 위해 물러날 수는 있지만 이런 식으로 획일적인 일괄사퇴는 용인하기 힘들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과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의 대구테크노파크로의 통폐합 추진도 일부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두 기관을 통폐합하려면 관련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이 각각 필요한데 이들 부처는 대구시에 통폐합 반대의견을 전달했다. 대구시는 두 기관의 통폐합 당위성을 관련 부처에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의회는 지난 11일 의장단과 각 상임위원장이 모두 모여 확대의장단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의장단은 대구시 공공부문의 쇄신과 혁신을 위한 대구시장의 노력을 잘 안다”면서도 “급하게 추진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통폐합을 위한 통폐합이 아니라 독립기관으로서의 향후 발전 가능성 등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더욱 꼼꼼하게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구시회는 13일 대구시가 제출한 조직개편안 관련 조례안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