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경기도 경제부지사의 ‘술잔’ 사건과 관련해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이 28일 오후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비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김 부지사에 대한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뉴스1

김용진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공식 취임 전날 저녁자리에서 도의회 국민의힘 곽미숙 대표의원를 향해 술잔을 집어던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현재 출범 후 양 당이 갈등을 빚으며 원 구성 타협이 안 되는 가운데, 김동연 경기지사도 국민의힘 측과 심한 갈등을 빚어 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김동연 지사의 ‘인사 1호’ 사례이자 측근인 김용진 부지사가 국민의힘 측과 마찰을 빚으면서 국민의힘 측은 “협치의 판을 깨는 폭력행위가 김동연식 협치인가”라며 즉각 반발했다.

28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전날 저녁 경기 용인시의 한 식당에서 곽미숙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 남종섭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김용진 경기도 경제부지사 등 3명이 저녁자리를 가졌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만찬은 폭탄주를 마시며 오후 8시 10분까지 이어졌다. 그러던 중 말다툼이 이어졌고 갑자기 김용진 부지사가 소주잔을 곽 대표 쪽으로 던졌다. 이 과정에서 접시가 깨지며 파편이 튄 것으로 전해졌다. 곽 대표가 다치지는 않았지만, 정신적 충격을 크게 받았다고 국민의힘 측은 전했다.

이 만남을 갖기 전부터 경기도의회 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양당은 갈등이 매우 심각했다. 특히 김동연 경기지사도 취임 후 협치를 강조해 국민의힘 측과 협력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갈등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재 경기도의회는 여야 구성이 ‘78대78′로 양당이 똑같은 비율을 갖고 있는데, 이 때문에 7월 첫 회기에서 의장선출 등 원 구성 자체를 갖지 못하던 상태였다. 의장자리를 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의견이 달랐고, 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파행이 벌어진 것이다. 전국 광역 의회 중 유일하게 경기도의회가 지난 12일 개원일부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상황이 이렇자 김동연 경기지사가 문제를 양측의 대립을 중재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럼에도 김동연 지사는 취임 후 의회의 검토를 받아야 할 경기도 정책들이 진행을 못 할 상황에 처하게 되자, 국민의힘 측 반발에도 지난 19일 임명직인 경제부지사 조례를 공포했다. 당시 김동연 지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경제 상황이 어려워 해당 분야 총괄 컨트롤 타워인 경제부지사 직제의 신설을 늦출 수 없다”며 “의회를 존중한다. 그래서 여야협의를 기다렸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갈등 중이던 국민의힘 측은 “김동연지사가 협치를 말하면서 국민의힘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았다”며 “협치를 실천하지 않았다”라고 즉각 반발했다. 경제부지사 직을 두고 갈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던 가운데, 경기도는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부지사직에 내정했다. 김용진 부지사는 김동연 지사가 경제부총리로 재임할 때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지냈으며 6·1지방선거 김동연캠프 선대위 비서실장, 도지사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내면서 김동연 지사를 보좌한 최측근이다.

김용진 신임 경기도 경제부지사(사진 오른쪽)

도의회 파행 등 경기도와 의회 내부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자 김용진 부지사가 28일 취임을 앞두고 전날 저녁에 갈등 당사자 간 3자 모임이 성사됐다. 당시 회동에서는 도의회 민주당이 제안한 여야정협의체 구성 등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고 김 부지사와 곽 대표가 의견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곽미숙 대표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며 “김동연 집행부의 의회 무시 행태가 적나라한 폭력으로 표현됐다”며 “도의회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경제부지사직을 신설하고 측근의 사적 채용을 밀어붙인 김동연 지사가 책임져라”라고 밝혔다. 곽 대표는 특수폭행과 특수협박 혐의로 김 부지사를 이날 중에 경기남부경찰청에 고소할 계획이다. 또한 국민의힘은 곽 대표와 도의회, 경기도민에 대한 김용진 부지사의 즉각 사죄와 함께 김용진 부지사의 파면을 김동연 지사에게 요구했다.

김용진 부지사는 경기도청 홈페이지에 “경기도의회에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논의과정에서 의욕이 너무 과했다. 특정인을 향해 행동을 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지만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한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다”고 사과문을 냈다.

한편 김용진 부지사는 이날 오전 공식 취임하며 도의회 국민의힘 교섭단체실을 인사차 방문했지만, 곽 대표는 자리에 없었고 지미연 수석대변인이 사무실에서 나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용진 부지사는 취임식을 생략하고 “경제위기를 잘 극복하고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취임인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