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까지 북한에서 임진강 등 강물 따라 떠 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 4구 중 1구만이 북한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해마다 장마철 집중호우로 큰 피해가 우려되면 황강댐을 통해 강물을 기습 방류하는데, 이때 여러 이유로 숨진 북한주민들이 함께 떠내려오는 경우가 있다.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부자 초상이 그려진 배지나 북한용 주민등록증인 공민증이 시신에서 발견돼야 북한 주민으로 인정한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 23일 연천군 군남면 임진강 군남댐 하류변 수풀에서 발견된 한 여성 시신 A에 대해 북한으로 이송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북쪽에서 온 시신의 경우 ‘북한 주민 사체처리 지침’에 따라 정부 합동신문조가 북한 주민 여부, 군인 혹은 공작원인지 등을 판단하고 북한 주민일 경우 통일부가 북측에 인계 절차를 거친다. 과거에도 판문점 채널을 통해 북측에 시신을 인계한 사례가 있다.
시신 A의 경우 상의에 북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이 담긴 배지를 착용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를 하는 한편 실종자 탐색 등 여러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배지 때문에 확실한 북한 주민으로 보고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일성·김정일 배지는 북한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김일성·김정일 배지는 백두혈통을 신격화 하고자 다량으로 만들어 공급했지만 1990년대 후반 부터 사치품의 의미가 더해지며 일종의 상품 성격으로 변했다고 한다.
반면 지난 5일 경기 김포시 한강하구에서 발견된 시신 B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10세 남아로 추정되는 시신 B는 신장이 약 110cm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입고 있던 반바지뿐이었다. 경찰은 해당 반바지가 국내에서 제작했다고 보기 어려운 재질로 만들어졌다고 보고 북한 주민일 가능성을 열어둔 채 수사에 나섰다. 반바지에는 특정 상표나 라벨도 부착돼 있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 바지는 아주 오래전에 입었을 것 같은 고무줄 바지”라며 “한국의류협회 측도 ‘해당 반바지의 제조업체나 유통경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신 B가 북한 주민으로 판단하지만 구체적 입증 증거가 없어 북한으로 송환절차를 진행할지 고민하고 있다.
보통 경찰은 강에서 시신을 발견한 직후 지문 채취 등을 통해 신원확인 절차에 나선다. 다만 시신들이 보통 유속이 거센 강물을 타고 떠내려 오다 보니 크게 훼손돼 있다. 그래서 경찰은 대다수 시신을 두고 정확한 신원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시신 A B의 경우도 옷과 사체 일부가 심하게 훼손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시신들은 김일성 김정일 배지 착용 유무가 유일한 차이점이다.
이 차이점 때문에 시신 B의 경우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견 지자체에서 무연고 화장처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 8월 임진강서 발견된 북한 주민 추정 시신 C의 경우에도 신분이 확인 안돼 북측이 송환을 거부한 사례가 있었다. 이때 시신 C는 구체적 신원증을 갖고 있지 않았다.
반면 2018년 7월 16일 김포시 하성면 석탄리 계류장 부근에서 발견된 시신 D의 경우 북한으로 송환하는 절차를 거쳤다. 당시 시신 D가 입은 잠바 안주머니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보안성에서 발급한 공민증이 있었다.
한편 경찰은 이달 2일과 5일, 인천 강화도와 김포 한강변에서 각각 북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 2구를 발견, 수사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