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씨가 지난 23일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경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아내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씨와 전 경기도 5급 공무원 배모씨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김씨는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배씨의 법인카드 유용을 지시하거나 묵인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두 사람을 공범 관계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이번 송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31일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업무상 배임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김씨와 배씨를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김씨는 배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로 자신의 음식 값을 결제한 사실을 알고도 용인한 혐의(업무상 배임)를 받고 있다. 배씨는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인 2018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김씨의 수행비서 역할을 하면서 김씨의 음식 값 등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혐의를 받는다. 배씨의 법인카드 유용 규모는 150여 건, 2000만원 상당이며, 이 가운데 김씨와 직접 관련됐다고 경찰이 판단한 금액은 20여 건, 200만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법인카드를 직접 사용한 배씨와 김씨 사이에 범행에 대한 묵시적 모의가 있었다고 보고 김씨를 공모공동정범으로 검찰에 넘겼다. 공모공동정범이란 2명 이상이 범죄를 공모한 뒤 일부만 실행에 나아간 경우 실행을 담당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동으로 범죄 책임이 있다는 법리이다.

김씨에게는 이 대표의 민주당 대선 경선 출마 선언 후인 작년 8월 2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민주당 관련 인사 3명 및 자신의 수행기사·변호사 등에게 1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금지를 위반한 혐의도 적용됐다. 배씨에게도 당시 경기도지사 비서실 7급 직원 A씨에게 김씨를 제외한 일행의 식사비를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선거법 위반)가 적용됐다. 경찰과 검찰은 지난 24일 배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31일 새벽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지난 대선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9월 9일)를 고려해 선거법 위반 혐의가 포함된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을 송치했지만 배씨가 A씨에게 지시해 타인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받아 약을 김씨에게 전달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선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또 국민의힘이 ‘배씨가 김씨의 비서 역할을 하기 위해 공무원으로 채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 대표와 김씨, 배씨를 직권남용, 국고손실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백현동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30일 오전 배모씨가 수원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