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가 도주 시 파손한 수사 차량. /광주지검 제공

폭력조직를 구성해 활동하면서 다른 폭력조직과 도심에서 집단 난투극을 벌이고,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조직원 30여명이 10개월에 걸친 경찰과 검찰의 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최순호)는 14일 지난 1월 발생한 폭력조직 ‘국제PJ파’와 ‘충장OB파’ 사이의 집단 난투극과 관련해 경찰이 30명(6명 구속)을 송치한 사건을 직접 수사해 12명을 추가로 구속하는 등 모두 38명을 입건, 31명(18명 구속)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미성년자 6명은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하고 도주한 1명은 지명수배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 1월 27일 광주광역시 상무지구 한 술집에서 국제PJ파 조직원 5명이 충장OB파 조직원 2명을 집단 폭행해 전치 5주의 상해를 가한 데서 비롯됐다.

국제PJ파 조직원들은 상대 조직원이 ‘어린 게 인사도 안 하고 시끄럽다’며 훈계를 하자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양쪽은 조직원들을 더 불러모아 도심에서 집단 난투극을 벌이고, 충장OB파 조직원들은 화해를 위해 온 국제PJ파 조직원을 집단구타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국제PJ파 조직원 A(23) 씨 등 38명은 이 사건 직후 충장OB파와 전쟁을 선언하고, 같은 날 새벽 쇠파이프 등을 휴대하고 차량 7대에 나눠 탄 채 시내를 활보하며 충장OB파 조직원들을 수색하고 한 유원지에 집결해 세를 과시하는 등 범죄단체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직폭력배 차량에 보관되어 있던 흉기 광주지검 제공

경찰은 두 폭력조직이 유원지에서 집단 싸움을 벌일 예정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현장에 급파했지만, 조폭들은 이를 눈치채고 달아났다. 경찰은 전담팀을 구성해 은신하거나 잠적한 가담자들을 4개월 가량 추적한 끝에 30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뒤 교도소 접견 녹취록 등을 분석한 결과 조직원들이 위계질서에 따라 조직적으로 말을 맞춰 집결·흉기휴대 등을 부인하기로 한 사실을 확인, 직접 수사에 나섰다. 이후 교도소 수용실에서 조직적으로 진술을 맞추자는 공범들간의 서신을 압수하는 등 범죄활동에 대한 증거인멸 사실도 확인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 사건 피의자들을 송치한 이후에도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체포와 압수수색에 검찰 수사관들과 함께 출동하는 등 긴밀하게 협력해 은신·도주한 조직원들을 검거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조직폭력배 차량에 보관되어 있던 야구방망이. /광주지검 제공

국제PJ파는 광주·전남지역 대규모 폭력조직으로 180여명의 조직원이 광주 동구 충장로와 서구 상무지구 등을 주요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불법 업소 운영 등을 통한 수익을 바탕으로 신규 조직원을 적극 영입해 규모를 확장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른바 ‘일진’과 추종세력인 중·고교생까지 영입해 조직원을 확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전남 지역에는 현재 국제PJ파를 비롯, 모두 20여개의 폭력조직이 활동 중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조직원들은 검찰 출석 때 온몸의 문신을 과시하는 등 형사사법시스템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조직적 증거인멸 사실이 확인되고 출석요구에 불응하거나 잠적하는 등 도주 가능성이 높아 주요 피의자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주요 피의자 검거과정에서 이들의 차량에 보관 중인 회칼·야구방망이 등이 확인됐고, 일부 조직원들은 도주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 차량을 야구방망이로 파손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또 검거된 조직원 1명은 먼저 기소된 조직원들의 재판에서 또다른 조직원에게 ‘범죄단체 활동을 한 사실이 없고 유원지에 가지 않았다’는 취지로 위증하도록 교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영남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대표적 민생 침해 범죄인 조직폭력 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고 조직폭력이 근절되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