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평창군과 충북 괴산군이 예산과 주민 성금 등으로 만든 일부 관광 시설이 사실상 방치되면서 활용 방안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관광 수요 장기 예측과 면밀한 운영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탓에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원 평창군은 지난 2009년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일원 1만350㎡에 국비 등 90억5000만원을 들여 동강민물고기생태관을 지었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다. 강원도 동강 일대 토종 어종을 관찰·전시하는 생태 체험 시설이다. 천연기념물인 어름치 등 어류 44종이 전시된 생태관, 부레 등 물고기의 각종 기관을 살펴보는 뱃속 탐험관 등이 있다.
평창군은 동강민물고기생태관이 평창 남부권의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평창읍에서 22km나 떨어져 접근성이 떨어졌다. 또 전국 각지에 있는 아쿠아리움보다 규모가 작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관람객은 개장 첫해인 2009년 3150명에서 2013년(1만6219명)까지는 조금씩 늘었지만, 이후 매년 감소했다. 2018년에는 4903명이 다녀가 하루 평균 13명에 그쳤다. 입장료 수입은 적은데 시설이 오래돼 관리비 부담만 커지자 2019년 초 운영을 중단했다.
평창군은 운영이 중단된 후 시설 활용 방안을 찾고자 용역을 진행했다. 민물고기생태관을 공공기관 연수·교육 시설로 활용하거나 매각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아직도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4년째 방치되면서 주변 미관까지 해치는 골칫거리가 됐다. 김연하(64) 마하리 이장은 26일 “여름철엔 진입로 등에 잡초가 무성하고 관리도 안 된 채 방치돼 마을의 애물단지”라고 했다. 평창군 관계자는 “현재 시설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마땅한 방안이 없을 경우 민간에 매각할 방침”이라고 했다.
충북 괴산군도 애물단지가 된 ‘초대형 가마솥’을 놓고 고심 중이다. 괴산읍 고추유통센터 광장에 있는 이 가마솥은 지름 5.68m, 높이 2.2m, 둘레 17.8m, 두께 5㎝로 국내 최대 규모다. 지난 2005년 괴산군이 군민 화합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군민들이 모은 성금 2억3000만원과 군비 2억7000만원 등 5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제작에 들어간 주철만 43.5t에 이른다. 당시 괴산군은 이 솥으로 ‘4만여 명분 밥을 지을 수 있다’고 홍보하며 관광 활성화를 위해 기네스북 등재를 추진했다. 하지만 호주에 있는 질그릇보다 작은 것으로 확인돼 기네스북 등재는 무산됐다.
이후 군은 군민 화합 차원에서 동짓날과 괴산 고추 축제 기간에 팥죽 끓이기, 옥수수 삶기, 밥 짓기 등 행사에 활용하려 했지만 솥이 워낙 크고 두꺼워 밥조차 제대로 지을 수 없었다. 밥을 지으면 솥 위와 아랫부분의 온도 차가 커 아래쪽은 타고 위쪽은 설익는 문제가 생겨 활용하지 못한 채 방치돼 왔다. 주민 노광영(59)씨는 “활용 방안을 꼼꼼히 준비하고 만들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크다”며 “군민들의 정성도 깃든 가마솥을 잘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가마솥 활용 방안을 고심해온 괴산군은 최근 가마솥을 괴산 산막이옛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막이옛길은 코로나 여파에도 지난해 26만8000여 명이 다녀간 괴산의 관광 명소다.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에 가마솥을 옮겨 활용도를 높인다는 방침이지만 가마솥 이전 비용으로 2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송인헌 괴산군수는 “주민 성금 등으로 만든 가마솥을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산막이옛길 입구 인근으로 옮기는 방안에 대해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관광 시설이 방치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지자체가 체계적 관광 수요 분석과 운영 방안 없이 시설을 짓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강환 배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관광 흐름 변화와 장기 수요까지 고려한 사전 타당성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라며 “시설 조성에 앞서 운영 계획을 면밀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