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이혼한 아내의 집을 수시로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아파트 경비실에 음식 등을 맡겨두던 80대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10단독 홍은아 판사는 최근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A(80)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고 21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1년 11월쯤 전처인 B(74)씨가 사는 아파트를 찾아가 경비실에 음식물을 맡겨두는 등 여러 차례 B씨 집을 찾아갔다. 이들은 1968년 결혼 후 6년 정도 같이 살다가 1974년 이혼했고, 이후 A씨는 다른 여성과 함께 살아왔다. 그랬던 A씨가 갑자기 2021년 말부터 B씨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전처 B씨는 A씨를 피해 집을 옮겼고,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는 거부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다.
하지만 A씨는 계속해서 B씨를 찾아갔다. A씨는 작년 5월 자신이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동네로 이사한 B씨의 아파트를 찾아 현관문 초인종을 누른 뒤 인기척이 없자 아파트 경비실에 ‘꿀’을 맡기고 돌아가기도 했다. 이어 8월에는 또다시 B씨 집을 찾아가 문을 열어줄 때까지 초인종을 여러 차례 눌렀다고 한다.
A씨는 결국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고 약식 기소됐다. 법원은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A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그는 “부부로 지내던 시기에 못해 준 게 미안했고, 그걸 갚고 싶다는 마음에 찾아가 꿀 등을 선물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판사는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고, 공소 제기 후 피해자가 피고인의 선처를 바라는 의사를 보인 점 등을 고려해 약식명령상 벌금 액수를 감경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