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필리핀 마닐라를 오가는 전세기가 마닐라에서 승객을 태우지 않고 제주로 떠나 승객 170여 명의 발이 묶이는 일이 벌어졌다.
5일 제주도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4시 30분(현지 시각) 마닐라발 제주행 로열 항공 전세기를 타려던 승객 170여 명은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 전세기가 4시간 전인 낮 12시 30분쯤 승객을 태우지 않고 제주로 떠났다는 것이다.
승객들은 이틀간 마닐라에 더 머무르다 여행사가 마련한 대체 항공편을 타고 이날 오후 5시 30분쯤(한국 시각) 제주에 도착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부터 3박 4일간 마닐라 여행을 한 뒤 전세기를 타고 제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3·1절 연휴 기간이라 필리핀 여행을 즐기려던 제주도민이 대부분이었다.
이 여행 상품을 판매한 제주 지역 여행사 관계자는 “상품을 팔 때부터 귀국편 출발 시간은 현지 시각 기준 오후 4시 30분이었고 티켓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다”며 “출발 시간에 맞춰 공항에 나갔지만 항공기는 이미 떠난 뒤였다”고 했다.
이번 사고의 책임을 놓고 필리핀 현지 여행사와 로열 항공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전세편은 필리핀 여행사가 여행 스케줄을 짜고 로열 항공이 전세기를 운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열 항공은 필리핀의 저비용 항공사(LCC)다. 제주 지역 여행사는 승객을 모았다고 한다.
제주도관광공사 관계자는 “여행 일정을 두고 제주 여행사와 필리핀 여행사, 항공사 사이에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제주도와 제주도관광공사도 체면을 구기게 됐다. 제주도와 제주도관광공사는 작년 12월 마닐라 현지 홍보를 통해 올해 총 6차례 마닐라~제주 전세기편을 운항하기로 했다고 홍보해왔다. 지난달 28일 이 전세기가 제주공항에 들어오자 환영 행사도 열었다. 하지만 첫 전세기편부터 승객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