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겸 울산시장은 17일 오후(현지 시각)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외무부 청사에서 압둘라예프 올림존 수유노비치 외무부차관과 면담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울산시

김두겸 울산시장이 17일 오후(현지 시각) 울산시 해외 사절단을 이끌고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를 찾았다.

김 시장이 바다도 없는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서 조선업 인력 찾기에 나선 것은 국내 조선업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 시장은 지난해 8월에도 우즈베키스탄을 찾아 이 나라 빈곤퇴치고용부와 조선업 인력 양성 센터를 세우기로 협약을 맺었다.

울산에는 대형 선박을 만드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를 비롯해 조선 관련 중소·협력 업체 580여 곳이 모여 있다. 최근 조선업이 다시 호황기를 맞으면서 현대중공업 등이 수주한 일감은 3년 치가 넘지만, 이를 만들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조선업은 국내 근로자들 사이에선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업종이란 인식이 파다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숙련된 내국인 인력이 고령화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며 “외국인 인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 조선업계에는 지난 1월 기준 외국인 근로자 약 8000명이 일하고 있다. 근로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베트남으로 약 2230명이다. 이어 스리랑카 국적이 약 1280명, 셋째가 우즈베키스탄으로 약 680명이 일하고 있다.

김 시장은 지난 14일 우즈베키스탄 이민청을 찾은 이후 17일 우즈베키스탄 압둘라예프 올림존 외무부 차관과 호자예프 잠시드 경제부총리를 만나 국내 조선업 현황을 설명하고 두 국가 간 인력 교류에 대해 논의했다.

오는 18일에는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함께 페르가나 현지에서 조선업 인력을 양성할 ‘울산 글로벌 인력양성센터’도 연다. 인력양성센터에서는 3개월간 우즈베키스탄인 380명에게 철골 구조물인 비계를 세우는 발판, 그라인더로 선박 표면을 갈아내는 사상, 선박에 칠을 하는 도장, 보온, 전기 등 5개 작업을 교육할 계획이다.

교육 프로그램은 현대중공업이 구성하고, 강사도 직접 파견한다. 기술 교육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한국어도 교육한다. 현대중공업은 이들을 위한 기숙사도 준비하고 있다.

울산시는 10억원을 들여 교육에 필요한 장비를 지원한다. 수료생들은 올해 말까지 광역형 비자(특정활동·E-7), 비전문 취업 비자(E-7) 등을 통해 입국해 울산 지역 조선업 근로자로 일하게 된다.

울산시가 우즈베키스탄을 선택한 것은 조선업계가 우즈베키스탄인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울산의 한 조선소 관계자는 “우즈베키스탄 근로자들은 체격이 좋고 힘이 장사”라며 “성실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 현장에서 잘 적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조선소 관계자도 “베트남인이나 스리랑카인들은 손기술이 좋아 용접을 잘한다”며 “나라마다 잘하는 분야가 있어 국적을 고려해 업무에 배치한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인들도 한국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들에게 국내 조선업 직장은 고소득 직장으로 여겨진다. 울산시 관계자는 “우즈베키스탄의 일반 직장인 월급은 한화로 50만원 정도”라며 “한국에 취업하면 최저 시급 기준으로도 4~5배의 월급을 받을 수 있어 한국에 가려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은 총기 소유가 안 되는 등 치안이 우수하고 최근 K팝과 한류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등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은 점도 있다. 또 우즈베크어와 한국어는 모두 우랄알타이어 계열로, 어순이 같아 우즈베키스탄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데 어려움을 덜 느끼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실업률이 높은 우즈베키스탄은 정부 차원에서 해외 취업 15만명(한국 2만명)을 목표로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이번 교류가 울산 조선업체들의 부족한 현장 인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베트남, 태국 등에도 조선업 인력 양성 센터를 세우는 것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