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찾은 경북 청송군 파천면 지경리. 산불을 진화한 지 5일이 됐지만 마을에는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집 64채 중 41채가 불타 폐허가 됐다. 주민 김모(69)씨는 “집과 밭이 다 타서 앞으로 뭐 먹고 살지 막막하다”며 “구미 사는 아들이 같이 살자고 부르는데 이번에는 진짜 고민된다”고 했다.

이양우 지경리 이장은 “마을 주민들이 사과 농사로 먹고사는데 올해 농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모든 게 잿더미가 됐다”며 “고향을 떠나 외지로 나가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이번 산불 때문에 ‘지역 소멸’ 위기에 놓인 경북 의성·청송·영양 지역이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북도 관계자는 “산불 이후 지역 붕괴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걱정된다”라고 했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방 소멸 위험 지수’에 따르면 의성은 전국 228개 시·군 중 셋째로 소멸할 위험이 높았다. 청송군은 여섯째, 영양군은 열째였다.

의성군은 1960년대 21만명에 달했던 인구가 지금은 4분의 1 수준인 4만8400명까지 줄었다. 청송군과 영양군은 인구가 각각 2만4000명, 1만5000명에 불과하다. 주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군청도 운영하기 어렵다고 한다.

청년들이 빠져나가면서 노인 인구 비율이 의성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48%에 달한다. 주민 2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얘기다. 청송, 영양도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 산불로 그나마 남아 있던 주민들 집과 마늘밭 등 소득원이 불탔다. 3개 군에서 불탄 주택은 1237채, 논·밭은 2564ha(약 776만평)로 집계됐다.

청송은 관광 자원인 주왕산국립공원이 2500ha 불탔고, 수정사 대웅전 등 국가 유산을 잃었다. 영양군은 인구를 늘리기 위해 올 하반기 미얀마 난민 40여 명을 받기로 했지만 피해 복구 작업이 늦어질 경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