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 민가까지 위협했던 대구 북구 산불이 발생 23시간 만에 진화됐다.
산불 현장 통합지휘본부장인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29일 오후 1시부로 북구 노곡동 함지산 산불의 주불을 잡았다”고 이날 공식 선언했다. 이번 산불에 따른 산불 영향구역은 260㏊, 축구장 364개에 달하는 규모다. 인명 피해와 주택 등 민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농기계, 비닐하우스 등이 일부만 피해를 입었다.
이날 휴교령이 내려졌던 성북초·서변초·서변중학교는 30일부터 정상 등교한다. 팔달초, 매천초 등 7개 대피소에 남아있던 주민 214명은 순차적으로 자택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대구시는 3514세대 6500명에게 대피를 안내했고, 한때 2000명 넘는 주민이 초등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잦아든 바람, 야간 진화 헬기 덕에 조기 진화
이번 산불은 주택가와 붙어 있는 도심에서 발생한 데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자칫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뻔했다. 하지만 밤이 되면서 풍속이 줄었고, 수리온 헬기를 동원한 야간 진화 작업으로 조기 진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산림 당국은 설명했다.
대구 북구 산불은 지난 28일 오후 2시 1분쯤 함지산 9부 능선에서 시작했다. 이후 불이 확산하자 당국은 산불 대응 1·2·3단계를 차례로 발령했다. 산불 3단계는 산림 당국이 발령하는 대응 최고 단계로 예상 피해 면적 100㏊ 이상, 평균 풍속 초속 11m 이상, 예상 진화 시간 48시간 이상일 때 발령한다.
소방청도 민가 방향으로 확산하는 산불에 대응해 발화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 5분쯤 국가 소방 동원령을 발령했다. 당시 현장에선 강풍을 타고 불똥이 사방으로 날아가는 비화(飛火) 현상도 나타났다. 이런 탓에 최초 발화지에서 동쪽으로 1∼2㎞ 떨어진 조야동에선 불길이 민가 가까이 접근, 다세대 주택 벽면이 훼손되고, 인근 비닐하우스가 불타기도 했다.
해가 진 이후 상황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산불 첫날 낮 시간대에 초속 10∼15m를 기록했던 순간최대풍속이 같은 날 오후 10시쯤 되면서 약해지기 시작했고, 수리온 헬기 2대가 야간 진화 작업에 나섰다. 경북 의성 산불 때와 달리 진화 현장에 철탑·송전선로 등이 없어 헬기를 동원한 야간 진화 작업이 가능했다고 산림 당국은 설명했다. 야간 비행이 가능한 유일한 기종인 수리온 헬기 2대는 이날 오후 8시부터 오후 11시 20분까지 이착륙지인 K-2 군 공항에 배치된 소방차에서 물을 공급받은 뒤 각각 9차례씩 모두 3만6000L의 물을 산불 현장에 쏟아부었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수리온이 야간 진화 작업에 동원된 적은 있지만, 2대가 동시에 야간 진화 작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수리온 헬기 2대와 함께 산불 재난 특수 진화대 등 인력 1515명, 고성능 산불 진화차량 등을 투입해 밤새 진화 작업에 벌였다. 이런 덕분에 전날 오후 8시 기준 19%에 불과했던 진화율은 이날 오전 4시 60%, 오전 8시 82%, 오전 10시 92% 등으로 높아졌고, 화재 발생 23시간만에 주불 진화에 성공했다.
산불 확산에 따라 노곡교, 조야교 남·북단, 무태교 등 도심 일부 지역과 경부고속도로 북대구IC 양방향 진출입 통제도 이날 모두 해제됐다.
◇입산 통제 행정명령…산불 용의자 수사 의뢰
주불 진화에 성공하면서 대구시는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대구시는 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해 정확한 피해 집계와 피해 복구,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장마철 풍수해가 우려되는 산림 지역에 대한 응급 복구 계획을 세우고, 수질 오염 대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대구시는 민가 주변 등에 남은 잔불 진화가 마무리될 때까지 근무조를 편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신속한 피해 복구와 주민 생활 안정을 위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일상 회복을 도울 것”이라며 “기상 상황을 고려해 당분간 입산 금지 등 긴급 행정명령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산불 원인을 밝히기 위해 산불 수사 주체인 북구 공원녹지과 특별사법경찰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북구 등에 따르면, 이번에 산불이 발생한 지점은 입산 통제 구역 내에 있긴 하지만, 등산로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평소 주민이나 텃밭 등을 경작하는 주민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농로인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행정명령 기간 실화자는 가중 처벌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