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충북본부 폐지 결정에 따른 지역 반발이 거세다.
코레일은 지난 3일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전국 지역본부를 축소하고 현장조직을 최적화한다는 내용의 조직개편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 사태로 열차 수요가 급감하며 영업손실이 상반기 6000억원에 달하고, 최근 재확산 추세여서 상당한 영업손실이 예상된다는 것이 코레일 측의 설명이다. 이에 그동안 재무구조 개선 추진과 조직개편을 준비해왔고, 그 중 하나로 코레일은 현재 12개로 운영 중인 지역본부를 8개로 축소하겠다는 것이 코레일 측의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수도권 동부, 충북, 광주, 대구 등 4개 지역본부는 각각 서울, 대전·충남, 전남, 경북본부로 통폐합된다.
코레일 조직개편안이 발표되자 코레일 충북본부가 있는 제천 지역 시민단체와 정관계까지 나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9일 입장문을 내 “충북본부를 대전·충남본부로 통폐합한다는 코레일의 조직개편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제천은 영동·태백·충북선 및 중부내륙순환열차 등 7개 노선이 교차하고, 충북선이 국가철도화물 수송의 30%를 차지하는 등 대한민국 철도교통의 요충지”라며 “그럼에도 충북본부를 대전·충남으로 통합하려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광주·전남본부는 광주에서 순천으로, 대구·경북본부는 대구에서 영주로 통합한다면서 오히려 충북만은 거꾸로 대전·충남으로 통합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코레일의 조직개편 방향인 국가 균형발전에 따라 대전·충남본부를 충북본부로 통합하던지, 아니면 충북본부를 현행대로 존치해 달라"고 건의했다.
국민의힘 엄태영(제천·단양) 의원은 9일 성명을 통해 “코레일의 이번 지역본부 통폐합은 원칙도 기준도 없는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연간 1000억 원대의 수익을 내는 충북본부를 충청권이라는 이유로 대전·충남본부로 통폐합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면서 “제천과 대전·충남은 별개의 생활권이어서 통합 시도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레일은 대한민국 철도 역사 121년을 후퇴시키는 잘못된 조직개편을 전면 철회 또는 수정·보완하라”고 요구했다.
제천시의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충북본부를 대도시인 대전·충남본부로 통폐합하는 것은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 지방으로 이전 추진하는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크게 역행하는 처사”라며 “제천 시민의 원망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8일에는 이상천 제천시장이 충북본부 폐지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 시장은 “한국철도공사가 발표한 경영위기를 명목으로 추진하는 충북본부 통폐합 계획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며 “제천시민을 대신해 절대 반대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천은 1941년 중앙선이 개통되면서 영동·태백·충북선 등 7개 노선이 교차하는 철도 요충지”라며 “시멘트, 석탄 등 국가정책물자 수송을 담당하는 등 국가 근대화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 곳으로 철도 역사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는 12월말 개통 예정인 중앙선 복선전철화를 통해 서울과 56분 이내 접근이 가능해지면 관광객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코레일 경영수지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충북본부는 현재 1100억원 정도의 수익창출을 하고 있음에도 공사의 경영 실패에 따른 영업 손실을 충북본부에 전가하려는 상황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이번 조직개편은 밀실 행정의 표본으로 전면 수정, 백지화, 재논의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천 지역 시민단체 제천발전위원회는 지난 4일부터 충북본부 폐지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일 오전 대전 한국철도 본사 정문 앞에서 ‘코레일 충북본부 폐지 결사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항의 집회를 벌였다. 위원회는 “이번 결정이 철도 운영의 비효율적 요소를 없애고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라더니, 경북·강원본부에 비해 월등한 수익을 올리는 충북본부를 폐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토균형발전과 제천시의 미래발전을 위해 시민 모두가 힘을 합쳐 코레일 충북본부 폐지를 반드시 막아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