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 이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가 일부 반대 단체의 반발 끝에 결국 파행했다.
충남도는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육사 충남 이전·유치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기조발제와 종합토론 등의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육사 이전 반대 구국동지회 등 일부 단체는 오전 8시쯤부터 토론회장을 점거했다. 이들은 ‘육사가 상품이냐, 틈만 나면 들먹이게’ ‘육사 이전 꿈도 꾸지마라’ 등의 피켓을 들고 육사 이전을 반대했다. 일부는 김태흠 충남지사를 ‘빨갱이’ ‘주사파’로 지칭하며 욕설을 외치기도 했다.
김태흠 지사는 반대 단체를 향해 “토론회에서 여러분의 얘기도 듣겠다”면서 “육사는 대한민국 국민의 것이다. 국민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지만 장내 분위기는 진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토론회는 오전 10시 50분쯤 시작됐다. 이세종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는 기조발제를 통해 “육사 이전은 단순히 공공기관 이전 차원이 아니라, 급변하는 안보 환경과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 대비한 대한민국 국방력 강화를 위한 사안”이라며 “대통령 공약대로 육사를 조기 이전해 국가 균형발전은 물론, 4차산업 시대 어떠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싸워 이길 수 있는 과학기술강군 육성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 종합토론이 예정돼 있었지만 육사 이전 반대 측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토론회는 오전 11시 30분쯤 강제 종료됐다.
김태흠 지사는 토론회 이후 국회 소통관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육사 이전은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에 이전 과정 속에서 논의는 있을 수 있지만, 이전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육사 부지가 국군의 성지라 안 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강재구 소령 동상, 육사기념탑, 육군박물관 등을 개방해 국민의 성지로 만드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그러면서 “육사 논산 이전을 위한 연구용역비가 예산에 반영됐지만, 국방부가 관련 예산을 집행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민의 혈세를 무위로 만든 군 지휘부 일부의 오만한 행태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이종섭 장관에게 공개토론을 요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