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숨진 고 김상연 군이 남긴 유서. /연합뉴스

충남 천안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남기고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5일 고(故) 김상연(18)군 유족 등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 11일 오후 7시 15분쯤 충남 천안시 동남구 한 다세대주택 자신의 방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진 김군은 1시간 40여분 뒤 숨을 거뒀다.

숨진 김군의 방에서는 학교폭력 피해 내용이 담긴 수첩과 유서 형식의 내용이 담긴 A4 용지 1장이 발견됐다.

김군은 유서에서 “학교폭력을 당해 보니, 왜 아무에게도 얘기 할 수 없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또 “내 꿈. 내가 하는 행동. 모든걸 부정 당하니 마치 온 세상이 나보고 왜 태어났냐고, 그냥 소리치는 것 같다”면서 “안타깝지만 나는 일을 크게 만들 자신도 없고 능력도 없다. 내가 신고한들 뭐가 달라질까”라고도 했다.

김군이 남긴 수첩에는 “담임선생님과 상담 중 학폭 이야기가 나왔지만, 선생님은 나를 다시 부르지 않았다. 선생님이 부모님께 신고하지 못하게 겁을 준 것 같다”는 내용도 담겼다.

김군의 아버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4일 학교 측에 연락해 ‘아이가 따돌림을 호소했다’고 알렸다”면서 “하지만 이후에 학교 측이 조사나 학교폭력위원회 개최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군이 다닌 고교 관계자는 “김군과 관련한 학교폭력 피해 사실은 학교 측에 알려진 바가 없어 특별한 조치가 없었던 것”이라며 “김군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으며, 경찰의 학교폭력 조사에 대해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김군 유족의 고소장을 접수한 천안동남경찰서는 김군의 3학년 담임교사와 수첩에서 가해학생으로 거론된 동료 학생들 7명 등을 대상으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군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학생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면서 “실질적인 폭행이나 학대 등 학교폭력이 있었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