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피해자 또 없도록, 피해 학생 사진 공개한 아빠 - 김하늘(8)양이 아빠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 프로축구단 대전하나시티즌 유니폼을 입은 아빠의 어깨를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양의 아빠는 10일 딸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밝힌 데 이어 11일에는 김양의 사진도 언론에 공개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딸의 사진을 공개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김양은 지난 10일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유족 제공

“하늘아 예쁜 별로 가! 이젠 영원한 방학이네. 선생님은 항상 널 지켜주는 슈퍼맨이라고 했는데. 아빠가 너무 미안해.”

11일 오전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전날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1학년 김하늘(8)양의 빈소가 차려졌다.

아빠 김모(38)씨는 딸의 영정 사진을 가슴에 품고는 연신 소매로 닦았다. “우리 딸, 아이고 예쁘다.” 영정 사진 속 김양은 해맑게 웃고 있었다. 영정 사진을 어루만지던 아빠는 입술을 깨물고는 어깨를 들썩이며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빈소 한쪽에는 김양이 입었던 프로 축구 대전하나시티즌 유니폼이 놓여 있었다. 김양은 축구를 좋아하는 아빠와 함께 대전하나시티즌 서포터즈로 활동해 왔다고 한다.

숨진 김양의 가족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엄마·아빠, 두 살 아래 여동생이다. 김양은 성격이 활달해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한다.

“하늘이의 꿈은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 같은 가수가 되는 거였어요. 춤추는 걸 워낙 좋아했어요. 그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요.” 아빠 김씨는 “이제 우리 딸의 꿈이 산산이 깨졌다”며 “딸의 죽음이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사건 당일 아침에도 출근하는 저를 위해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 인사할 정도로 정이 넘치는 아이였다”며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다니…”라고 했다.

김씨는 “올여름 온 가족이 베트남 냐짱에 휴가 가려고 숙소까지 다 예약했는데 더 이상 가족들과 추억을 쌓지 못하게 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양 빈소에는 하루 종일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제자의 영정 사진을 본 김양의 담임 교사는 무릎을 꿇고 오열했다. 아빠 김씨가 눈물을 터뜨리며 “아이 가는 길, 좋은 향이 나도록 향 하나 올려달라”고 말하자, 선생님은 “전 못 보내요”라며 울먹였다.

다른 교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아빠 김씨가 “딸이 이제 학교도 안 가고 학원도 안 가고, 계속 방학이라 영원히 키즈카페에서 놀게 됐다”고 말하자 교사들도 함께 울었다. 아빠는 “여섯 살인 둘째도 곧 언니를 따라 같은 학교에 갈 예정”이라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앞으로 애들을 잘 봐달라”고 당부했다.

김양의 친구들도 빈소에 들렀다. 김씨 부부는 “왔어? 하늘이한테 인사해야지”라며 아이들 얼굴을 쓰다듬었다.

목사 출신인 김양의 할아버지는 첫째 손녀인 김양의 이름을 직접 지어줬다고 한다. 그는 “높은 하늘을 보며 (씩씩하게) 살라는 뜻이었는데 그 아이가 이렇게 빨리 하나님 품으로 갈 줄 몰랐다”고 했다.

아빠 김씨는 “하늘이 같은 피해자가 또다시 나오지 않도록 정부에서 철저한 대책을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늘이법’ 제정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을 앓는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전날 김양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밝힌 데 이어 이날은 김양의 사진도 언론에 공개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딸의 사진을 공개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저는 항상 아이에게 엄마, 아빠 그리고 학교 선생님은 너희를 지켜주는 슈퍼맨이라고 말해왔어요. 그런데 학교 선생님이 아이를 죽였어요.”

이날 사건 현장인 초등학교에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학교 담벼락에는 흰 국화와 인형, 과자 등이 놓였다. ‘하늘아 놀이터에서 화내서 미안해. 천국 가서 쉬어’라고 쓴 손편지도 보였다.

자녀가 이 학교를 다닌다는 배지영(44)씨는 “정말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우리 아이가 겪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끔찍하다”고 했다. 이 학교 학생 윤모(11)양은 꽃을 내려놓으며 “하늘이는 하츄핑처럼 예쁜 캐릭터를 좋아하는 착하고 예쁜 아이였다”고 했다.

대전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긴급 브리핑을 열고 11∼14일 나흘간을 애도 기간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설동호 대전시교육감도 김양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이 부총리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며 “‘하늘이법’ 제정을 포함해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