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 일대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현장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개신교계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국가 비상 기도회’다. 경찰 추산 1만7000명, 주최 측 추산 20만명이 공원을 가득 메웠다. 경찰은 “2007년 대전경찰청이 생긴 이후 대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인 집회”라고 했다. /남강호 기자

오는 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 종결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부산역 광장을 시작으로 8일 동대구역 광장, 15일 광주광역시 금남로에 이어 22일에는 대전 보라매공원에서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개신교계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22일 오후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서 개최한 ‘국가 비상 기도회’에는 경찰 추산(비공식) 1만7000여 명, 주최 측 추산 20여 만명이 참가했다.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보라매공원을 넘어 대전시청 앞 광장까지 약 250m 거리를 가득 메웠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2007년 대전경찰청이 생긴 이후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인 집회였다”고 말했다.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하는 탄핵 반대 집회는 매주 열기를 높여가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부산역 광장 집회에는 경찰 추산 1만3000명, 8일 동대구역 광장 집회에는 5만2000명, 15일 광주 금남로 집회에는 3만명이 몰렸다.

이날 대전 보라매공원 집회에서는 ‘사기 탄핵 기각하라’ ‘좌파 사법 카르텔 인민재판 사법부 사망’ 등 자극적인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즐비했다. 순회 집회 때마다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연단에 올라 “정치하시는 분들, 수사하고 계시는 분들, 헌법재판소 재판관님들, 이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며 “헌정 사상 유례없는 29번 탄핵으로 대통령도 없고,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도 없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국민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같은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참석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탄핵과 내란죄가 시작된 홍장원(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메모가 정치인 체포 명단으로 바뀐 것은, 자고 일어나니 나무토막이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것보다 더 믿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수사권 없는 공수처가 수사하고, 영장을 발부받은 것은 불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등도 참석했지만 인사만 하고 따로 연설은 하지 않았다.

2030 청년도 여럿 참석했다. 권예영 ‘탄핵을 반대하는 대한민국 청년들 모임’ 대표는 “여러 대학이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을 했고, 오는 3·1절에는 전국 대학생 탄핵 시국 선언이 예정돼 있다”며 “스스로 깨닫고 일어난 청년들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국 선언을 했거나 준비 중인 전국 여섯 대학교 학생들도 연단에 올랐다. 한동대 학생 김태범씨는 “재판관들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른 판결을 해야 한다”고 했고, 고려대 학생 유찬종씨는 “시국 선언을 한 학생들을 극우로 매도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일은 멈춰야 한다”고 했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는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네 살 아이를 안고 나온 김은정(33·대전)씨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가족과 함께 나왔다”며 “계엄은 민주당 때문 아니냐. 민주당이 그동안 어떤 행위를 했는지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전 시민 염정순(41)씨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구속시킨 사법부가 편파적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공정하게 재판받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소상공인들도 목소리를 보탰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원기남(60)씨는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재판은 질질 끌면서 대통령 탄핵 심판은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며 “반나절 장사 안 하는 것보다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 나왔다”고 했다. 충남 공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민식(56)씨는 “나라가 혼란스럽고 소상공인들이 특히 어렵다”며 “답답해서 장사를 접고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손현보 세이브코리아 대표는 “다음 달 1일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며 “50만명 이상이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전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도 크고 작은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오후 2시쯤 전남 목포역 광장에서는 100여 명이 모여 탄핵 반대 목소리를 냈고, 대구 동성로와 인천 부평역 광장에서도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