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 해변에 조성된 높이 65m의 대관람차 ‘속초아이’가 설치 2년여 만에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 속초시가 속초아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위법 행위가 드러났다며 해체 명령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속초시는 “여러 절차와 법 위반 사항이 발견된 만큼 시민의 안전과 공익을 위해 이르면 이달 말 관련 인허가를 모두 취소하고 대관람차 해체를 명령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앞서 속초시는 작년 11월 20일 속초아이 주관 업체인 쥬간도에 각종 인허가를 취소하는 행정처분을 하겠다는 방침을 사전 통지했다. 지난달 1일과 29일에는 쥬간도 관계자와 변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청문을 실시했다.
속초아이는 전임 김철수 속초시장(더불어민주당 소속)이 속초해수욕장 관광 테마 시설 조성 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사업이다. 민자 사업으로 진행된 이 사업은 사업비 92억여 원을 들여 대관람차와 테마파크 등을 조성했다. 민간 업체가 대관람차 시설을 기부채납하는 대신 20년간 운영권을 갖는 조건이었다.
속초아이는 지난 2022년 3월 개장했다. 이곳에 있는 대관람차의 높이는 65m로 아파트 21층 규모다. 대관람차를 타면 설악산 울산바위와 옥빛 동해의 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개장 이후 누적 탑승객이 140여 만명으로 짧은 기간에 속초를 대표하는 관광 시설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행정안전부의 ‘2023년 상반기 공직 부패 100일 특별감찰’ 결과, 속초아이 시설의 일부가 자연녹지 지역과 공유수면(公有水面·바다나 하천 등 공공 용도로 쓰이는 국가 소유의 수면과 수류)에 위법하게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강원도의 경관 심의를 피하기 위해 김철수 전 시장이 자체적으로 불법 인허가를 내준 사실도 드러났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는 자연녹지 지역에 대관람차 등 위락 시설을 설치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속초아이는 자연녹지 지역이자 공유수면에 반 이상 걸쳐 설치됐다. 공유수면인 백사장에 일반 건축물로 지어야 하는 탑승장을 만들 수 없게 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허위 가설 건축물 축조 신고를 한 상태다. 여기에 설치할 수 없는 2만2900V의 ‘특고압 수·배전반’도 설치했다.
또 대관람차 설치 등을 위해선 관광지 조성 계획의 변경이 필요했는데, 강원도의 경관 심의 요구로 사업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자 각각의 개별법으로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초시 관계자는 “관광지 개발 사업은 관광진흥법에 따라 추진돼야 하지만, 전임 시장 때 관광지 지정 면적 및 조성 계획 변경을 강원도로부터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했다”면서 “결국 관광지 조성 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대관람차가 설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속초아이 운영 업체인 쥬간도 측은 속초시의 ‘오락가락’ 행정을 비판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들은 “법률과 대법원 판례 등에 의해 속초아이를 철거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속초시가 마음대로 철거하면, 대관람차 설치 비용과 향후 운영 수익 등 엄청난 손해가 예상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쥬간도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의 처분 요구 사항은 유원시설업에 대한 위법성을 없앨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므로, 속초시의 건물 철거는 과도한 행정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속초시의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각종 인허가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아무런 귀책 사유도 없었다”며 “대법원 판례에서도 건축 허가를 받게 되면 함부로 허가를 취소할 수 없고, 공사가 완료될 경우 허가를 취소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2년여 만에 존폐의 갈림길에 선 속초아이의 운명은 결국 법정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속초시 관계자는 “쥬간도가 밝힌 입장은 잘못된 일방적 주장”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당초 계획대로 행정처분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